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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들인 수사·재판 무의미해져" 법조인들도 윤 대통령 사면에 날 선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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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들인 수사·재판 무의미해져" 법조인들도 윤 대통령 사면에 날 선 비판

입력
2022.12.2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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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검사 시절 적폐청산 사건 주요 인사 줄사면에
법조계 "국민통합 아닌 보수대통합"… '사면 농단' 지적도
"대통령 권한이라도 원칙·기준 없으면 법적 안정성 해쳐"
"대통령이 정치적 책임 감수… 비난 적절치 않아" 의견도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자로 단행한 특별사면 주요 대상자들의 면면을 살펴본 법조계의 시선은 대체로 곱지 못했다. '국민 통합'이란 명분에도 "원칙과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란 반응과 함께 법치를 강조한 윤 대통령이 사면권 남용으로 법치주의를 훼손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법조인들은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적폐청산'을 내세우며 대대적으로 잡아들인 인사들을 무더기로 사면한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윤 대통령의 친정인 검찰 내부에서도 "어렵게 잡아놓고 쉽게 풀어줬다"며 검사들의 사기를 꺾는 조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도권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윤 대통령이 특수부 검사를 총동원해 구속하고 유죄 판결을 받아낸 자들을 대부분 사면해 줬다. '그때는 옳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까지 없다'고 자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통 큰 사면'이 사법체계를 무력화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면죄부를 주게 되면, 기소부터 판결까지 들어간 수많은 검사와 판사의 노력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이명박 정부 시절 여권 인사 위주의 '편중 사면'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판사 출신의 원로 변호사는 "사면권 행사는 공평이 핵심인데, 사면 대상 면면을 보면 형평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누가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법치를 신뢰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수도권검찰청 소속의 검사도 "사면권이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고 해도 나름의 원칙과 기준이 없으면 삼권분립을 무력화하고 법적 안정성을 훼손한다"며 "국민 통합보다는 보수대통합을 꾀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이날 논평을 통해 "윤 대통령의 공사 구분 없는 '마이웨이식' 독단"이라 비판했다. 사면을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잔여 형기 14년 4개월과 미납 벌금 82억 원이 면제된 것을 두고는 "사법부가 재판으로 어렵게 실현한 법치주의를 '법과 원칙'을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윤 대통령이 단숨에 무력화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법부 판단을 타당한 이유 없이 무력화한 사면권 남용은 민주주의 훼손"이라며 대통령의 제왕적 사면권 행사를 통제할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사법연수원 동기인 윤 대통령을 향해 날을 세웠다. 그는 "고위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을 단죄해놓고 '잘못된 관행'이었다고 사면해 주는 경우는 처음 본다. 오죽하면 '사면 농단'(이란) 지적이 나온다"며 "헌정사에 이런 경우가 있었나"라고 직격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권 행사는 검사 시절 수사와는 구분돼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번 사면은 검찰총장 자격이 아니라 대통령이 정치적 책임을 감수하고 사면권을 행사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검사 출신 대통령이라 좀더 엄격해야 한다고 지적할 수는 있지만, 과거 수사와 결부해 비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손현성 기자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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