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관리법 국회 본회의 부의안 야당 단독 의결
정황근 장관 "쌀값 하락해 농민에게 도움 안 돼"
본회의 통과 역시 야당 단독 처리 가능성 커
쌀값 안정화 논란에 휩싸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결국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졌다. 개정안을 본회의에 올리기 위한 부의안이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기 때문이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산업 발전을 위해 추진한 많은 노력을 수포로 만드는 결과”라고 즉각 반발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양곡관리법 일부개정안을 본회의에 올리기 위한 부의안을 의결했다. 농해수위 위원 19명 중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동의하면 본회의에 부쳐지는 상황에서 민주당 11명과 민주당 출신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의힘 의원 7명은 투표하지 않았다.
본회의 부의안 의결로 민주당이 주도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건너뛰고 본회의 통과 발판을 마련했다. 본회의로 부의된 법안이 상정되려면 국회의장이 각 원내대표와 합의해야 한다. 30일 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이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서 상정 여부를 묻는 무기명 투표가 이뤄진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보유한 만큼 여당 반대에도 야당 단독으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의결할 가능성이 높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초과 생산량이 생산량의 3% 이상이거나 수확기 쌀값이 평년 대비 5% 이상 하락할 경우 정부가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쌀값 하락에 따른 농민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라는 게 민주당이 내건 명분이다.
그러나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긴급 기자설명회를 열어 “쌀값을 하락시켜 오히려 농업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면 쌀 공급 과잉 구조가 악화해 쌀값 하락세가 계속될 거라는 얘기다. 농촌경제연구원은 2030년 쌀 초과 생산량은 60만 톤 이상이며, 쌀값도 현재보다 8% 이상 낮은 17만 원(80㎏ 기준) 초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쌀은 매년 20만 톤 정도가 남는다.
정 장관은 이어 “쌀 시장격리 의무화에 따라 매년 연평균 1조 원 이상의 추가 재정이 들어가게 된다”며 “청년 농업인, 스마트 농업 육성 등 미래 농업 발전과 취약계층의 식생활 지원에 쓸 예산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26일 6개 농업 단체로 이뤄진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도 “쌀에 대한 과도한 재정 집중은 다른 품목에 대한 투자 축소로 이어져 품목 간 갈등과 농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인세·종합부동산세 등을 놓고 마찰을 빚어온 정부와 야당의 갈등은 양곡관리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계기로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앞서 10월 윤 대통령은 “법으로 매입을 의무화하면 재정 낭비가 심각하고, 농민에게 도움이 안 된다”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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