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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심사평] 한국 사회학 역사 총망라, 홀로 감당한 무게의 결실

입력
2022.12.30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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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부문 수상작 '한국 사회학의 지성사'
권보드래 교수 심사평

출판문화상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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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심에 오른 총 열 권 중 심사위원들의 지지를 많이 받은 책은 노서경의 ‘의회의 조레스, 당의 조레스, 노동자의 조레스’, 정수복의 ‘한국 사회학의 지성사’, 허은의 ‘냉전과 새마을’이었다. 노서경의 ‘의회의 조레스…’는 프랑스 사회당 지도자로서 제1차 세계대전 직전 암살된 장 조레스를 통해 20세기 초 프랑스의 정치ㆍ사회ㆍ운동사를 조명한 책이다. 장 조레스라면 한국 독자들에게는 낯선 대상일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100년 전 난제들을 생생하게 조명하면서 당시 프랑스의 정치적 지형을 폭넓게 탐구한 것은 물론 ‘기품 있는 의회, 인본주의의 당, 스스로 주체가 되는 노동자’라는 현재적 문제의식을 유려한 서술 속에 녹여내고 있다.

허은의 ‘냉전과 새마을’은 제목 그대로 동아시아 냉전이라는 맥락에서 한국의 새마을 운동에 접근한 책이다. 제2차 세계대전기 만주에서 시작해 한반도의 지역 사례를 소개하고 베트남 전략촌으로 논의를 이어가면서 1930~1980년대라는 긴 시기를 포괄한 밀도 높은 논의가 돋보였다. 심사 과정에서 “어릴 적 경험한 새마을 운동의 역사적 연원을 목격하는 충격”을 맛봤다는 말이 나왔다는 사실을 덧붙여 둔다.

정수복, 한국 사회학의 지성사

정수복, 한국 사회학의 지성사

다른 책들의 매력과 장점에도 불구하고 긴 논의 끝에 심사위원들이 수상작으로 추천한 책은 정수복의 ‘한국 사회학의 지성사’였다. 총 네 권 두께의 분량도 분량이거니와, ‘한국 사회학과 세계 사회학’을 첫 권으로 하여 ‘아카데믹 사회학’ ‘비판사회학’ ‘역사사회학’을 통해 지난 70년간 사회학의 전개를 총괄해 낸 시야가 인상적이다. 각 권에서는 그 분야의 대표적 사회학자 3, 4인의 인물 중심 연구를 배치했는데, 그 때문에 서술이 평이해진 게 아닌가 아쉬워하는 의견도 없지 않았으나, 그로 인해 가독성이 높아졌다는 호의적 의견이 우세했다. 무엇보다 ‘학교 밖의 사회학자’로 살아온 저자가 한국 사회학의 역사를 총정리한다는 과제를 홀로 감당해 냈다는 점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샀다. 아카데미와 독서 대중 사이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오늘날, ‘사회학의 대중화’를 주장하고 또 실천하고 있는 저자의 이후 활동에도 기대하는 마음이 크다.

권보드래 고려대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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