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신용카드로 5000만 원 사용
피해자 딸에 "바쁘다" 메시지 보내기도
택시기사를 살해하고 시신을 옷장에 숨긴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30대 남성이 지난 8월 전 여자친구도 죽인 뒤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업이 없는 피의자가 피해자들의 카드로 신용대출을 받은 정황도 확인돼, 금품을 노린 계획범죄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27일 경기 일산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5일 60대 택시기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붙잡힌 A(32)씨가 "지난 8월 같이 살던 50대 여성 B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파주시 공릉천에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가 지목한 장소 주변에 경찰력과 수색 장비를 투입해 시신 수색에 나섰다.
경찰은 택시기사 시신이 발견된 파주의 아파트가 A씨의 전 동거녀 B씨 소유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소재 파악에 나섰다. B씨에 대한 실종신고는 되지 않았지만 수개월간 '생활반응'이 없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경찰은 A씨를 추궁했다. 당초 A씨는 "B씨가 지방출장을 가서 그 집에서 살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A씨 차량에서 B씨 혈흔과 물건이 발견되고, 이를 토대로 압박하자 범행을 자백했다.
A씨가 택시기사를 집으로 유인한 것도 추가 범행을 노린 계획범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경찰은 A씨가 피해자 신용카드로 명품가방을 구입해 현 여자친구에게 선물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대출까지 받는 등 범행 후 경찰에 검거되기 전까지 불과 닷새 동안 피해자 카드로 5,000만 원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20일 오후 11시쯤 고양시의 한 도로에서 택시와 음주운전 중 접촉사고를 낸 뒤 "경찰을 부르지 않으면 합의금과 수리비 등을 충분히 주겠다고 제안해 택시기사 C씨를 파주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합의금 문제로 다투다가 둔기로 살해한 후 옷장에 시신을 숨겼다"고 자백했다.
A씨가 범행을 은폐하려 한 정황도 계획범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A씨는 사건 이후 택시기사 가족들이 보낸 문자 메시지에 “바쁘다. 배터리가 없다”고 대신 답장을 보내 혼선을 주려고 했다. 또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주차장에 있던 택시를 1㎞ 떨어진 인근 공터로 옮겨 경찰 추적을 피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차량과 피해자 택시 블랙박스, A씨 휴대폰 등에 대한 포렌식 분석도 진행 중"이라며 "추가 범죄 가능성도 열어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A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28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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