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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왕 유사 사례 최소 2건 이상... 정부 대책은 없었다"

입력
2022.12.27 16:3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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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9채 소유 '빌라왕' 임차인들 기자회견
사망한 20·40대 임대인 피해자들도 참석
"임대인 숨진 전세사기 사건, 처음 아냐"


주택 1,139채를 보유한 상태에서 숨진 이른바 '빌라왕' 김모씨 전세사기 사건 피해 임차인들이 27일 오전 세종시 국토교통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세종=뉴스1

주택 1,139채를 보유한 상태에서 숨진 이른바 '빌라왕' 김모씨 전세사기 사건 피해 임차인들이 27일 오전 세종시 국토교통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세종=뉴스1

1,139채의 주택을 소유했다가 사망한 '빌라왕' 김모(42)씨의 경우처럼, 수십 수백 채의 주택을 가진 집주인이 급사해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유사 사례가 더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에게 보증금을 받지 못한 피해 임차인들은 "유사사건이 계속 발생하는데도 여태 대응 방안조차 마련되지 않았다"면서 당국의 관리 부실을 질타했다.

김씨 사건 피해자들은 27일 세종 국토교통부 청사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갭(자기 자본 없는 매입)으로 대량의 주택을 사들인 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사망한 임대인이 김씨 말고도 2명 더 있었다"고 밝혔다.

빌라왕 전세사기 사건 피해자들이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앞에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세종=뉴시스

빌라왕 전세사기 사건 피해자들이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앞에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세종=뉴시스


240채 남기고 죽은 정모씨 사례

피해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숨진 집주인 정모(43)씨는 서울 강서·양천·영등포구 등에 240여 채의 주택을 소유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씨 사건 피해자 김모(37)씨는 "정씨는 사망 전날까지 임대차 계약을 맺었고, 대부분 계약도 대리인을 통해 진행했다"면서 "이런 정황들을 보면 누군가 전세사기를 설계하고, 정씨를 바지 집주인으로 고용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빌라왕 김씨와 정씨 사건이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도 이어갔다. 피해자 김씨는 "정씨 소유 강서구 빌라 건물에 빌라왕 김씨의 주택도 있는 것으로 확인돼, 둘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면서 "형사고소로 죄를 물으려고 해도 사망자에 대해서는 공소권이 없다는 이유로 수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지난해 봄과 여름에 빌라를 집중 매수해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는데, 피해 임차인 대부분은 정씨가 계약 직후 사망하는 바람에 전세보증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했다. 240여 채 중 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는 10여명에 불과하다.

60채 보유한 20대 빌라왕도 사망

또 다른 집주인 송모(27)씨는 이달 갑자기 사망해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하고 있다. 송씨는 60여채 주택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미추홀구 송씨 명의 빌라에 거주 중인 세입자 명모(32)씨는 "임대차 계약을 맺고 한달 뒤 갑자기 집주인이 송씨로 바뀌었는데 연락이 잘 닿지 않았고, 나중에 부동산으로부터 송씨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대출 연장 기한 내에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하면 신용불량자가 될 위기에 처한다"고 토로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 빌라촌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 빌라촌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빌라왕 김씨 사건 피해자들도 개별 사례마다 계약 방식이 달라 구제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강서구 화곡동에 거주 중인 피해자 유모(30)씨는 "공인중개사와 대출 브로커에게 속아 근린생활시설에 불법 증축한 주택에 세를 들게 됐다"면서 "불법 주택이라 대출 연장도 불가하고 경매로 낙찰될 가능성도 낮다"고 설명했다. 유씨는 "집을 떠넘긴 건축주, 부동산, 대출 브로커, 김씨는 아무런 손해를 보지 않았는데, 오로지 어린 사회초년생들만 이렇게 피눈물을 쏟고 있다"고 호소했다. 일부 세입자들은 김씨 개인과 임대차 계약을 맺었지만, 나중에 김씨가 통보도 없이 자신이 대표로 있던 법인으로 명의를 바꾼 사실을 알게 됐다. 세입자들은 도중에 명의가 바뀌는 바람에 전세보증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했다.

김씨가 사망 전 60억원이 넘는 종합부동산세를 체납한 탓에,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세입자들은 경매를 통해 보증금을 정상적으로 반환 받을 수 있는 길도 요원하다. 유사한 전세사기 사건이 잇달아 발생한 지역에선 피해자들이 내놓은 경매 매물이 쌓이고 있는 실정이다. 피해자들은 △악성 임대인 소유 주택 임차인들에게 피해 사실을 일괄 통지하고 △세금 체납자의 주택 매입을 사전에 규제하며 △전세 사기범을 엄정하게 수사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세종=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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