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에 천연가스 생산량 10% 줄어
일부 도시는 비싼 '원유'로 전력 생산
전력 현물가 일주일 전 대비 67배 ↑
46명 숨져… 추가 사망자 더 있을 듯
이상 기후로 혹한과 폭설을 동반한 겨울 폭풍이 미국 대부분 지역을 강타하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연휴 기간 수십 명의 사망자가 속출한 것은 물론, 전력 생산과 난방에 필요한 천연가스 공급 부족 사태까지 발생했다. 가뜩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촉발된 세계 에너지난이 더욱 가속화할 거라는 우려도 커진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역대급 강추위로 최근 미국 내 일부 천연가스관이 얼어붙고, 일부 사업장은 운영을 중단했다. 가스 설비가 멈춰서면서 23일 기준 미국 내 천연가스 생산량이 전일 대비 10%(100억 세제곱피트) 줄었다는 게 통신의 분석이다. 최근 10년 이내 가장 큰 생산량 감소다.
공급량은 줄었지만 매서운 추위 탓에 수요는 늘었다. 미 전역에서 난방 시설 가동에 나서면서 천연가스 수요는 2019년 이후 최대치로 급증했다. 가스가 부족해지자 값이 더 비싼 원유로 전력을 생산할 정도다.
예컨대 24일 미국 북동부 뉴잉글랜드(매사추세츠·코네티컷 등 6개 주) 지역은 전력의 40%를 석유 발전을 통해 조달했다. 천연가스는 전력 생산의 15%에 그쳤다. 그간 이 지역은 가격이 저렴한 천연가스로 대부분의 전력을 생산해왔는데, 가스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울며 겨자 먹기로 ‘백업’ 용도였던 원유까지 꺼내든 것이다.
그나마 전력을 끌어올 수 있다면 양호한 편이다. 에너지 사용량 급증에 텍사스와 뉴잉글랜드에서는 160만 가구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전력이 끊겨 어둠과 추위 속에 떨어야 했다. 미국 당국은 물론, 전기회사들까지 전력난 심화에 대비해 에너지 절약에 나서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해지고 있다. 미국 최대 전력 공급사인 PJM인터커넥션은 추위가 지속될 경우 지역별 순환 정전에 돌입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전력 가격 역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24일 오후 전력업체가 비상시 다른 업체나 지역으로부터 전력을 구매할 때 지불하는 현물가는 가격상한인 메가와트시(㎿h)당 2,000달러를 넘겼다. 일주일 전 30달러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67배나 뛰었다.
미국을 강타한 한파가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가 서방 국가에 천연가스와 원유 공급을 끊는 ‘에너지 무기화’에 나서면서, 미국은 유럽 각국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구원투수로 부상했다. 그러나 미국조차 전력 및 난방 에너지 주요 공급원이 줄어들 경우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안타까운 인명피해는 연일 늘고 있다. 미국 NBC방송은 크리스마스 직전부터 시작된 한파로 성탄 당일 저녁까지 미국 12개주에서 최소 46명 숨졌다고 전했다. 최대 120㎝ 눈이 내린 뉴욕주 북서부 버펄로에서만 사망자 16명이 확인됐다. 일부는 눈 덮인 차에서, 일부는 거리의 눈 더미 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마크 폴로네즈 버펄로 이리카운티 행정수장은 “눈 더미 속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사망자가 더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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