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여행객, 미 북동부 차량 여행 도중 폭설에 갇혀
"너무 위험하다" 이틀간 묵게 한 미국인 부부와 한국 요리 나눔
미국 북동부를 여행하다 겨울 폭풍에 휘말려 곤란에 처한 한국 관광객이 도움을 청하기 위해 문을 두드린 집의 주인 부부는 평소 한국 음식의 팬이었다. 집안엔 전기밥솥도 있었고 김치도 있었다. 우연이지만 운명처럼 준비된 듯한 부부와 여행객의 만남은 크리스마스 목전에 발생한 작은 기적이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최요셉(27)씨를 비롯한 한국인 여행객 9명과 운전기사, 그리고 뉴욕주 윌리엄스빌에 위치한 집주인 부부 알렉산더·앤드리아 캠파냐씨의 만남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 여행사 '노랑풍선'을 통해 미국 북동부를 차량으로 여행하던 여행객 9명은 23일 워싱턴을 출발해 나이아가라 폭포로 향하던 중, 폭설에 휘말려 길목에 있는 윌리엄스빌 부도심의 한 도로에서 차량이 눈에 빠지는 상황에 처했다.
다급히 문을 두드린 집의 주인은 40세 치과의사였던 캠파냐씨. 눈을 파내기 위해 삽을 빌려달라는 여행객들의 요청에 캠파냐씨 부부는 대신 "이 시기의 눈 폭풍은 너무 위험하다"며 손님들을 주저 없이 집안으로 초대했다. 침실 3개가 마련돼 있던 집안이 순식간에 여행객 9명과 운전기사까지 모두 10명의 방문객으로 가득 찼다.
뜻밖의 방문, 예상치 못한 인연이지만 이들은 즐겁게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냈다. 특히 부부가 평소 한국 음식을 즐겼다는 게 한국인 여행객들에겐 행운이었다. 캠파냐 부부는 며칠 밖을 나가지 못할 생각으로 식재료를 잔뜩 저장해 놓고 있었는데, 집안에는 전기밥솥과 김치 외에 음식의 재료가 되는 간장, 고추장, 참기름과 고춧가루가 거의 완비돼 있었던 것. 여행객 중 한 명이 뛰어난 요리사라, 제육볶음과 닭볶음탕 등을 조리해 나눠 먹기도 했다.
25일 눈 폭풍이 잦아들고 이들을 데리러 온 차량이 도착하면서 관광객들은 캠파냐씨의 집을 떠날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눈 폭풍에 갇혔다가 '진짜 미국인의 친절한 환대'를 경험할 수 있게 된 최요셉씨는 NYT에 "마치 운명과도 같았다"면서 "부부는 내가 만난 사람들 중 가장 친절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캠파냐씨도 "매우 즐거웠다"면서 부부가 한국을 방문할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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