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둘러 말한 엘리자베스 여왕과 다른 '킹스 스피치'
다종교·문화 포용 발언도… 왕실 적극 행보 예고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25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성탄 연설에서 최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등으로 커진 서민 생계 위기를 직접 언급했다. 그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봉사와 기부 등 공동체의 가치를 강조하며 의료 등 공공서비스 인력의 헌신도 높이 평가했다.
국민경제의 어려움을 "올해는 힘든 해였다"는 식으로 에둘러 말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달리 직설적 화법으로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다. 향후 왕실의 적극행보가 예상되는 대목이라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그가 의료 인력의 희생을 치하한 것에는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해설도 나온다. 영상을 녹화한 지난 13일엔 정부가 간호사 노조와의 임금협상 결렬을 선언하면서 파업 강행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성공회 외 타종교도 언급하며 "좋은 일 해준 것 감사"
찰스 3세는 또 이날 연설에서 다양한 종교와 문화를 포용하는 태도도 나타냈다. 그는 영국 국교인 성공회뿐 아니라 △유대교 회당 △이슬람교 예배당인 모스크 △(불교)사원 △시크교 사원 등을 언급하며 "매우 불안하고 힘든 시기에 좋은 일을 해 준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크리스마스는 물론 기독교의 기념일이지만, 어둠을 이겨내는 힘은 신앙과 신념의 경계를 초월해 기념된다"라고도 했다. 이는 성탄절이면 기독교의 신앙을 강조해온 엘리자베스 여왕과 현저한 대조를 이뤘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평가했다.
연설의 형식도 이전 왕실과 달리 적극성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찰스 3세는 버크셔주 윈저성 내 여왕이 묻힌 성 조지 예배당에서 짙은 파란색 정장을 입고 약 6분간 선 채로 연설했다. 여왕은 주로 책상에 앉아 연설했었다.
영상에 아들 윌리엄 왕세자 부부 등 왕실 가족이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이 들어간 것도, 생전 여왕이 책상에 가족사진 액자를 세워두고 연설했던 것과는 달랐다. 찰스 3세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민과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는 영상에 노숙자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자선단체와 자원봉사자의 모습이 삽입되기도 했다.
찰스 3세는 연설에서 “어머니와 함께 선함과 연민으로 타인의 삶을 어루만지고, 세상에 빛을 비추는 각자의 특별한 능력에 대한 믿음을 공유했다”며 여왕에 때한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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