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2' 시각효과 작업에 참여한 최종진· 황정록
내용을 두고 평이 엇갈리지만, 영상미에 대해선 호평 일색이다. 25일까지 관객 557만 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을 모은 ‘아바타: 물의 길’(아바타2)은 192분 동안 눈이 호강하는 영화다. ‘아바타2’의 영상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시각효과 작업에 참여한 한국인 컴퓨터그래픽(CG) 슈퍼바이저 최종진, 시니어 아티스트 황정록씨와 26일 화상으로 만났다. 웨타FX 소속인 두 사람은 “‘아바타2’는 현존 최고 영상 기술로 만들어낸 영화”라고 입을 모았다. 웨타FX는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피터 잭슨 감독이 설립한 뉴질랜드 시각효과 회사다.
외계행성 판도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바타2’는 전편에 이어 시각효과가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최씨는 ‘아바타2’의 CG 전반을 책임졌다. 황씨는 영화 속 인물 제이크 설리(샘 워딩턴)와 토리(시고니 위버), 토노와리(클리프 커티스)의 얼굴 표정을 맡았다. 최씨는 “예산 제약 없이 현존하는 모든 기술을 활용해 영상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흔치 않은 기회였다”고 돌아봤다. 황씨는 “기존 한계를 극복하고 배우와 캐릭터를 한 몸처럼 연결하는 것이 가능했던 작업”이라고 말했다.
‘아바타2’는 제작비 규모부터가 남다르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영화 역사상 최악의 비즈니스”라고 토로할 정도로 큰돈이 들어갔다. 3억5,000만~4억 달러로 추산된다. 일각에선 더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99%가 CG로 구현된 바다 장면에 특히 공을 들였다. 최씨는 “전편이 수영장이라면 ‘아바타2’는 바다에 해당한다”며 “CG 데이터 용량이 1페타바이트(1024테라바이트)였던 전편보다 20배가량 더 많다”고 밝혔다.
시각효과 작업에 참여한 인원은 2,000명가량이었다. 1년 이내면 작업이 끝나는 여느 영화와 달리 ‘아바타2’는 2년가량 CG를 매만졌다. 얼굴 표정 관련 작업은 3년가량 이뤄졌다. 최씨는 “전편 때보다 더 발달한 기술을 적용할 수 있어 캐릭터를 연구하고 예술적인 표현을 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캐머런 감독은 지독한 완벽주의자로 유명하다. 그의 손에서 역대 세계 흥행 1위(‘아바타’)와 3위(‘타이타닉’) 영화가 빚어졌다. 까다로운 감독이나 작업은 의외로 수월했다. 최씨는 “누구보다 CG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지시가 정확했다”며 “표현의 섬세함을 굉장히 신경 쓰면서도 큰 그림을 보시는 분이라 큰 수정 없이 효율적으로 일했다”고 말했다. 황씨는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며 “매일 수평적인 위치에서 의견을 주고받는, 쉽지 않은 경험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캐머런 감독이 인간과 다른 나비족 얼굴을 감안해 설리의 화난 표정에 호랑이 모습을 참조하는 건 어떠냐고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아바타2’의 여러 기술 중에서 최씨는 수중 퍼포먼스 캡처를 가장 혁신적인 기술로 꼽았다. “기존에는 배우들이 물 밖 와이어에 매달려 연기했으나 이번에는 배우들이 물속에서 촬영”해 “사실감을 높였다”는 이유에서다. 황씨는 얼굴 표정을 일치시키는 기술의 진일보가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아바타2’는 배우들의 실제 연기와 가상 캐릭터의 모습을 섞어 인물들을 표현해냈다. 황씨는 “전편에선 배우와 가상 캐릭터 사이 불일치가 많아 일일이 수작업을 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말했다.
시각효과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아바타2’ 최고 명장면은 무엇일까. 최씨는 “(영화 후반부) 해상 추격 장면”이라고 말했고, 황씨는 “네이티리(조이 살다나)와 스파이더(잭 챔피언)가 관여된 장면”을 꼽으며 “배우 연기와 캐릭터 표정의 일치가 완벽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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