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계' 의원, 당내 파워 尹 대통령과의 친소 관계 반영
尹 '여의도 거리두기'...'2인자' 없는 방사형 리더십 영향
'윤심' 향방 두고 설왕설래...'자기정치' 마케팅 부작용도
"헐거운 정치 공동체 불과"...윤심 좇느라 민심 놓칠까 우려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석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당내 시선이 '친윤석열계'로 쏠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입당과 경선, 대선, 인수위 과정에서 공헌한 의원들이 주축이 된 '여의도 친윤그룹'이 결집해 차기 당대표 선출과 각종 현안 대응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다.
하지만 친윤계 영향력에 대해선 상반된 평가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가장 큰 딜레마는 의원 수로는 우위를 점하는 것 같지만 당의 간판으로 내세울 확실한 주자가 없다는 점이다. 아직은 민심을 등에 업고 당내에 확고한 리더십 기반을 형성한 단계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당원투표 100%로 당대표를 선출하기로 룰을 바꾼 것도, 결국 친윤계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밀려 선거에 질 것을 걱정해서라는 게 중론이다.
친윤계가 대통령과 정부에 민심을 전달하는 집권여당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에 대해서도 회의론이 많다. 대야 협상과 국민 소통 대신 '윤심(尹心)'을 등에 업고 당권을 차지하려는 이해관계가 더 부각되고 있어서다. 예산안 협상과 이태원 참사 대응에서 여당 지도부가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용산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의도 친윤석열계는 누구? 윤핵관 4인방이 핵심 이너서클
친윤계의 외양은 화려하다. 친윤계가 주축이 돼 만든 공부 모임 ‘국민공감’ 발족식에 의원 115명 중 71명이 참석했을 정도다. 당내 현안을 끌고 가는 그립감도 크다. 전당대회 룰 개정처럼 윤심을 등에 업은 친윤계가 문제를 제기하면 당 지도부가 뒤따르는 형국이 반복되고 있다.
이들이 가진 힘은 윤 대통령과의 친소 관계에서 얻어진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내부에서도 선수와 윤 대통령이 처음 인연을 맺은 시기에 따라 급이 갈린다. 우선 윤 대통령을 대선후보 반열로 끌어올린 핵심, 이른바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그룹이 가장 이너서클에 해당한다. 권성동 장제원 윤한홍 이철규 의원이 대표적이다. 이들과 함께 윤 대통령의 대선 전략을 주도하고 밀착 수행했던 윤재옥 이용 서일준 정희용 의원 등도 범(汎)윤핵관 그룹으로 분류된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기 전에 가장 먼저 지지선언을 했던 그룹도 친윤계의 핵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윤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자리에 20여 명의 의원을 동원해 힘을 실었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선배인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당 대외협력위원장을 맡아 윤 대통령 국민의힘 입당의 가교 역할을 했고, 이후에도 인수위 부위원장 등 주요 요직을 맡았다. 정점식 이양수 유상범 의원도 윤 대통령을 조기에 지지한 인사다.
대선 선대위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당 안착을 도운 인사들도 빼놓을 수 없다. 대선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김기현 의원은 이른바 '울산회동'으로 이준석 대표 칩거 사태를 봉합하며 대선 승리에 기여했다. 인수위에서 정책본부장을 맡았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주호영 원내대표, 윤상현 의원도 윤 대통령과 허물없이 소통할 수 있는 사이로 통한다. 이 외에 김정재 박수영 배현진 의원 등이 당에서 윤 대통령을 지원 사격하는 역할을 맡았다. 현재 당내 지형을 보면 나머지 사람들도 하태경 의원을 비롯한 소수의 비윤계를 제외하면 대체로 범친윤계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 '방사형 리더십'...윤핵관 내부 균열, 여당 간판 부재 상태
다만 친윤계가 국민의힘 내에서 공고한 권력기반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무엇보다 용산에 있는 윤 대통령을 대리해 당의 간판이 될 2인자가 마땅치 않다는 게 가장 큰 약점이다. 권성동 김기현 윤상현 등 친윤계 당권주자들은 현재 여론조사에서 비윤계 주자들에 큰 차이로 밀리는 형국이다. 과거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에선 이재오·서청원·최경환 전 의원 등 무게감 있는 '보스형' 정치인이 좌장으로 꼽힌 것과 대조적이다.
그나마 실세 그룹인 윤핵관도 집권 초반 이미 갈라선 모양새다. 권 의원과 장 의원은 비대위 체제 전환, 원내대표 인선 등 주요 현안에서 입장이 갈렸다. 또 윤 의원과 장 의원은 용산 이전을 놓고 사이가 틀어졌다. 윤핵관 4인방이 지난달 윤 대통령 관저에서 '화해' 만찬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권성동 윤한홍' 대 '장제원 이철규'로 나뉘어 서로 견제하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그나마 이 의원이 윤핵관의 접점을 만드는 촉매 역할을 한다고 한다.
'2인자 부재'는 이들의 정치적 중량감이 적은 탓도 있지만 검사 출신으로 정치 경험이 전무한 윤 대통령이 여의도 정치에 대한 거리두기가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친윤계 핵심들이 이준석 전 대표 징계 국면에서 권력 다툼의 중심에 서며 여당 내홍을 자초했다는 책임론이 따라다니는 것도 윤 대통령이 이들을 전폭적으로 미는 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각에선 두루 일을 맡기되 한 사람에게 힘을 몰아주지 않는 윤 대통령의 리더십의 결과로 해석하기도 한다. 윤 대통령이 여의도 정치권 외에도 법조계와 학계 등에 든든한 배경 그룹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용인술이라는 것이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대통령실 인사개편을 단행하면서 이른바 윤핵관 라인을 대대적으로 솎아냈다. 당시 면직된 행정관급 실무진 50여 명 중 대다수는 장 의원과 가까운 사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장 의원이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2선으로 후퇴한 계기가 됐다. 아울러 당시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던 권 의원도 당 내홍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비판 끝에 물러났다.
이후 비대위 체제로 접어들면서 '정진석·주호영 지도부'가 들어섰지만 완전한 자율성은 주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 지도부와 만찬 회동 등으로 힘을 실어주면서도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예산안 협상 등 중요 국면에서 윤핵관들의 입을 통해 지도부 결정에 제동을 거는 발언들이 나오면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대통령 마음에 드는 성과를 내는 사람이 '윤핵관'이라는 것"이라며 "사안에 따라 대통령과 거리가 멀어지거나 다시 좁혀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친윤 그룹에서 배제하지는 않되, 결과에 따라 인력과 척력을 가동하는 '방사형 리더십'을 구사하고 있다는 의미다.
"윤심은 마케팅"...민심 대신 윤심만 좇는 친윤석열계 행보
국민의힘에서 어느 한 사람이 윤심을 확고히 얻었다고 보기 어려운 형국은 이미 부작용을 노출하고 있다. 주요 현안이 발생하면 의원들이 용산만 바라보고, 윤심의 향방을 놓고 설왕설래하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또 윤 대통령이 전화나 텔레그램을 통해 의원들에게 수시로 현안 의견을 구하는데, 이때 대통령 답변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윤색해 '윤심'으로 호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의원들은 전하고 있다. 친윤계로 꼽히는 한 중진 의원은 "지금 '윤심이 내게 있다'고 떠들어대는 건 자기 정치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친윤석열계와 같은 '급조된 조직'으로는 살아남기 힘들다." 지금 집권여당 내에서 주류 계파를 향한 의원들의 평가는 아직 물음표다. 과거 '친박근혜계'로 분류됐던 한 의원은 "지금 친윤계는 헐거운 정치공동체에 가깝다"고도 했다. 윤석열 정부를 견인할 정책 비전과 가치를 국민에게 제시하지 못하면 정당으로서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윤심만 좇는 용산 2중대 정당으로 머물거나 당권을 놓고 합종연횡하는 모습만 보여선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는 위기감은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범윤석열계에 속한 한 중진의원은 "친윤 핵심이라고 하는 의원들이 각자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당권만 쫓다 방향성을 잃어버리면 민심을 놓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