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국제부 선정 '2022 세계 10대 뉴스'
①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 휩싸인 세계
러시아가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우크라이나는 사흘 만에 함락될 것이란 예상을 깨고 결사항전으로 버텼다. 그러나 러시아군의 학살과 무차별 공격에 민간인 4만 명(추산치)이 희생됐고, 약 3,000만 명이 고향을 등졌다. 서방은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가하고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며 ‘반푸틴’으로 단결했다. 러시아는 에너지·식량 무기화와 '핵 전쟁’ 위협으로 맞섰다. 세계 경제는 곤두박질쳤고, 신냉전 체제는 고착화됐다. 평화는 여전히 아득하다.
②최악의 기후 재난... 지구의 마지막 경고음
올해 지구에 닥친 기후 재난은 사상 최악이었다. 유럽은 가장 무더운 여름을 보냈고 산불도 끊이지 않았다. 미국에선 여름엔 폭우, 폭염이 반복됐고, 겨울엔 살인적 한파가 덮쳤다. 파키스탄은 홍수로 국토 3분의 1이 물에 잠겨 약 1,700명이 사망했다. 이집트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탄소 배출로 기후 변화를 일으킨 가해 국가가 피해국가에 보상해야 한다'는 개념의 합의가 도출됐지만, 실질적 기후 해법은 아니다.
③시진핑, 1인 천하 시대 열었지만 '백지 시위'로 상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국가주석직 3연임에 성공하며 1인 천하를 열었다.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 멤버 전원을 측근으로 채우며 권력 기반도 공고히 했다. 출발은 매끄럽지 않았다. 3년간 밀어붙인 제로코로나 정책을 향한 중국인들의 불만이 11월 '백지 시위'로 분출된 데 이어 급격한 '위드 코로나 전향'이 감염자 폭증으로 이어졌다. 대만 문제와 공급망 문제를 두고 고조된 미국과의 갈등도 외교적 부담으로 떠올랐다.
④물가 폭등, 금리 폭주... 빨간불 켜진 세계 경제
‘금리 쇼크의 해’.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022년을 이렇게 표현했다. 올해 글로벌 경제엔 빨간불이 켜졌다. 코로나19가 초래한 공급망 붕괴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식량 가격 급등이 겹쳐 세계 물가가 폭등했다. 고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은 기준금리를 계속 끌어올렸고, 각국도 금리를 따라 올렸다. ‘킹 달러’로 외채상환 부담이 커지자 부채의 덫에 걸린 개발도상국이 속출했고, ‘R(경기침체)의 공포’ 우려에 세계 증시가 추락했다.
⑤세계 정치 양극화…남미 '좌향좌' VS 유럽 '우향우'
전 세계 정치 지형이 선명하게 양극화됐다. 중남미 경제 규모 상위 6개국(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칠레, 페루)에서 온건 좌파가 정권을 잇달아 잡으며 ‘핑크타이드(분홍색 물결) 2.0’ 시대가 열렸다. 분홍색은 온건 좌파를 상징한다. 반면 유럽(이탈리아, 스웨덴, 프랑스, 헝가리)과 이스라엘에선 우파가 집권했다. 난민 유입과 경제 위기에 따른 실업률 상승 등으로 누적된 불만이 표심의 우클릭을 촉진했다.
⑥히잡 착용 저항이 폭발시킨 이란 반정부 시위
22세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9월 히잡을 느슨하게 썼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돼 의문사했다. 이튿날부터 그의 죽음에 항의하며 들고 일어난 시위대는 "여성, 생명, 자유",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100일 넘게 외치고 있다.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신정 국가가 들어선 이란에서 최장 기간, 최대 규모로 이어진 반정부 시위다. 정부는 유혈 진압에 나섰다. 수백 명의 사상자가 나왔고, 11명이 '사법 살인' 당했다. 젊은 여성을 주축으로 한 청년층은 물러설 기미가 없다.
⑦빼앗긴 미국 '임신중지' 권리와 거센 저항
미국 연방대법원이 6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었다. 1973년 이후 50년간 헌법으로 보호받던 미국 여성의 '임신중단(낙태)을 선택할 권리'가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보수 성향 연방대법관 3명이 잇따라 임명돼 대법원이 보수화한 후과였다. 분노한 여성들은 거세게 저항했다. 11·8 미국 중간선거에서 여당인 민주당이 선전한 것에도 '선택권을 되찾겠다'는 여성과 진보층의 표 결집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
⑧월드컵 보이콧·동성 커플 보호…그럼에도 인권은 물결쳤다
인권을 지키려는 노력은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다. 이주노동자 착취와 성소수자·여성 차별로 얼룩진 카타르 월드컵은 인권 투쟁의 최전선이 됐다. 여러 나라가 월드컵 보이콧을 선언했고, 잉글랜드·독일 대표팀은 '무릎 꿇기' 퍼포먼스로 카타르 정부를 비판했다. 실질적 진전도 있었다. 미국에서 '결혼존중법' 입법을 통해 동성 커플의 법적 보호를 보장하는 등 각국의 반(反)차별 입법 성과도 잇달았다.
⑨'전쟁 할 수 있는 나라’로… 일본 군사대국 시동
일본 정부가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나라로 변신했다. 패전국으로서 적의 공격을 받아야만 무력 대응할 수 있는 '전수방위' 원칙을 사실상 포기하고, 적 기지를 선제공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 보유를 선언하는 등 안보 정책을 크게 바꿨다. 방위 관련 예산은 5년 후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늘린다. 이렇게 되면 일본은 미국, 중국에 이어 군비 지출 세계 3위의 군사 대국이 된다.
⑩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충격의 피격 사망
일본 최장수 총리로 일본의 우경화를 주도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7월 8일 나라현 나라시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를 하던 중 피격당해 숨졌다. 사제 총으로 그를 쏜 전직 자위대원 야마가미 데쓰야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에 대한 원한이 범행 동기라고 진술했다. 이후 집권 자민당의 정치인들이 통일교와 유착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권이 타격을 입고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지지율이 떨어졌다. 피격 당시 경찰의 부실 대응도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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