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 보석금 2억5000만 달러 조건 석방
금액은 중대성 감안한 상징적 의미... 실제 담보는 10% 정도
파산한 암호화폐(코인) 거래소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SBF)가 지난 23일 2억5,000만 달러(약 3,200억 원)의 보석을 조건으로 석방돼 캘리포니아에 있는 부모 집으로 귀가했다. 그런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서는 그가 비즈니스석을 이용했다는 목격담과 증거 사진이 쏟아졌다.
25일 SNS에서는 이 사진에 공분이 쏟아졌다. 여전히 조사를 받고 수감될 수 있지만, SBF의 사기로 수많은 손실을 입히고도 편안하게 귀가하는 모습에 "돈은 어디서 났느냐" "여전히 사기를 친 돈으로 호의호식하고 있다"는 등의 비판이 제기된 것. 당초 SBF는 '코인 왕국'이 무너지면서 SBF 본인도 "수중에 10만 달러(약 1억3,000만 원) 정도가 남았다고 밝힌 바 있다.
트위터의 내용을 종합하면 SBF는 23일 뉴욕에서 재판을 받은 후 자신의 부모,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 변호사 등과 함께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에 있는 부모의 집으로 이동하면서 아메리칸항공의 비즈니스 라운지와 비즈니스석을 이용했다. 그가 비행기 안에서 옆자리 인물과 대화하고 있는 듯한 사진이 크게 유행하기도 했다.
그런데 뉴욕타임스와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SBF는 실제로 2억5,000만 달러를 지불하고 풀려난 것이 아니다. 이 금액은 어디까지나 상징적인 의미다. SBF는 부모의 집을 담보로 제시하고, 자신의 부모와 관련 없는 "친족 아닌 큰 자산가" 2인의 보증을 받아 보석을 허가받았다. 이 집의 가치는 2억5,000만 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보석금 2억5,000만 달러는 보석 상황을 어기고 SBF가 도망칠 경우, 그의 부모를 포함한 4명의 보증인들이 그만큼 막대한 배상을 물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에서 보석금의 담보는 전체 보석 금액의 10% 정도만 잡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SBF의 부모 역시 FTX 사기에 연루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사건을 담당하는 뉴욕 연방 검찰의 니컬러스 루스 검사는 "뱅크먼프리드는 고객 채권자로부터 수십억 달러를 훔쳤고 투자를 속였다"며 "이 금액은 재판 전 보석금으로 역대 최대 규모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는 기록상 역대 최고는 아닌데 부인과 친구를 살인하고도 오랫동안 은폐한 부동산 재벌 로버트 더스트가 한때 30억 달러 보석금을 낸 적이 있다. 다만 유사 범죄와 비교해 상당히 높은 수준인 것은 맞다. 암호화폐 사기는 아니었지만, 금융권 폰지 사기로 2008년에 구금된 버니 메이도프는 보석금 1,000만 달러를 조건으로 석방된 바 있다.
SBF에 대한 미국 당국 수사가 초기에 지지부진했다는 이유로 '봐주기 수사'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던 암호화폐 시장에선 다시 "정의가 사라졌다"는 비판이 고개를 들었다. SBF의 체포 이후 상당 부분 수그러들긴 했지만, 앞서 코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SBF가 미국 정계에 막대한 정치자금을 쏟아 넣었기 때문에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보호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 팽배했다.
이에 관해 뉴욕타임스는 전 연방 국선변호인을 인용해 "바하마 법원에서 계속 미국으로의 범죄인 인도 문제를 다툴 수 있었던 SBF가 보석 허가를 대가로 미국으로 돌아와 조사를 받는 합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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