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개월때 진단, 조혈모세포 이식 후 재발… 기대 여명 수개월 불과
지난 4월부터 CAR-T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으로 치료 가능해져
생후 2개월에 백혈병 진단을 받아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았지만 재발해 생명이 위태로웠던 갓난 아기가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동종 유래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로 생명의 불씨를 살렸다.
국내 최연소 CAR-T 치료 환아 이주아 아기(여ㆍ18개월)가 그 주인공이다.
CAR-T 치료제는 백혈병 환자에게서 채취한 T세포 표면에 암세포의 특정 항원을 인지하는 키메릭 항원 수용체(Chimeric Antigen ReceptorㆍCAR)가 발현될 수 있도록 유전적으로 재조합한 뒤 환자 몸에 다시 주입하는 방식의 1인 맞춤형 항암제다.
5억 원 정도하는 주사제를 1회만 투여하면 백혈병 등 혈액암 환자의 53%가 완치된다.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가 개발한 CAR-T 치료제인 ‘킴리아(성분명 티사젠렉류셀)’가 지난 4월 1일부터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치료비가 수백만 원으로 줄어들면서 치료 길이 열렸다.
서울아산병원 암병원 CAR-T 센터(주치의 임호준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교수)는 “B세포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이 재발한 이주아 아기에게 지난 10월 CAR-T 치료를 시행한 결과, 골수 검사에서 백혈병이 완전 관해(complete remissionㆍCR)됐으며, 현미경으로 보기 힘든 백혈병 세포를 검사하는 미세 잔존암 검사에서도 백혈병 세포가 0%로 측정됐다”고 26일 밝혔다.
이주아 아기가 세상에 나온 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은 지난해 7월 초, 엄마 아빠는 아기 얼굴과 몸에 푸르스름한 멍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소아자반증’이라는 질환과 증상이 비슷했다. 특별한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나와 있어 편안한 마음으로 동네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동네 병원 의사는 “정밀 검사가 필요하기에 빨리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했고, 찾아갔던 큰 병원에서조차 “서울아산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좋겠다”고 권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엄마 아빠는 큰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서울아산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은 결과, 아기의 엄마 아빠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TV 드라마에서만 보던 백혈병의 일종인 ‘B세포 급성 림프모구성 백혈병’으로 진단됐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7월 말 이주아 아기가 태어난 지 불과 45일 됐을 때였다.
이주아 아기의 주치의인 임호준 교수는 먼저 항암 치료한 후 건강한 피를 만들어내는 조혈모세포를 엄마에게서 아기에게 올해 1월에 이식했다.
조혈모세포 이식은 영ㆍ유아 환자의 경우 특히 다른 연령대 환자보다 부작용이 심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1,100건이 넘는 조혈모세포 이식을 시행해 온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의 치료 경험을 바탕으로 임호준 교수팀은 아기에게 엄마의 조혈모세포를 안전하게 이식했다.
이식 후 부작용은 없었지만, 반 년 쯤 뒤인 지난 8월 백혈병이 재발했다. 조혈모세포 이식 후 재발률은 20% 정도인데 재발하면 항암 치료와 조혈모세포 이식을 다시 시도할 수 있지만 심각한 이식 관련 부작용 발생 위험이 매우 크다.
하지만 CAR-T 치료제가 올해 4월부터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됐다. CAR-T 치료비가 수억 원에 달하다 보니 실제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가 거의 없었는데, 치료비가 수백만 원으로 줄어들면서 이주아 아기에게도 희망이 생겼다.
1세 미만 백혈병 환자에게 CAR-T 치료를 시행한 연구 보고가 드물었지만, CAR-T 치료는 아기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임호준 교수팀은 올해 10월 아기에게 CAR-T 치료를 시행했다.
치료 한 달 후인 11월에 시행한 골수 검사와 미세 잔존암 검사에서 백혈병이 ‘완전 관해’됐으며, 현재까지도 부작용 없이 건강한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임호준 교수는 “조혈모세포 이식 후 백혈병이 재발했는데, CAR-T 치료가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전이었으면 손 쓸 수 있는 방법이 없었는데 다행히 이 치료를 시도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임 교수는 “국내 어린이 조혈모세포 이식 5건 중 1건을 시행하면서 쌓아온 소아혈액암 치료 경험과 CAR-T센터의 다학제클리닉을 통해 안전하게 치료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CAR-T 치료로 재발 가능성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앞으로 이주아 어린이가 계속 안전하게 치료받으며 지금처럼 엄마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주아 아기 아빠인 이병훈 씨는 “병동에서나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을 때마다 웃음을 잃지 않고 견뎌 준 딸에게 매우 고맙다”며 “건강이라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는데, 항상 지금처럼 건강하게 자라면 좋겠고, 치료 과정에서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이었는데 주아를 위해 헌신한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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