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한파에 22명 사망...180만 가구 정전
애틀랜타·필라델피아 가장 추운 크리스마스 이브
기온 급강하 '폭탄 사이클론'에 '북극 소용돌이' 약화 탓
크리스마스 연휴 미국을 덮친 겨울 폭풍에 인명 피해와 정전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중서부에서 형성된 ‘폭탄 사이클론(Bombogenesis)’에다 북극발 폭풍까지 겹치면서 역대 최저 기온 기록이 속출했다.
24일(현지시간) 미 AP통신, CNN방송 등에 따르면 21일부터 시작된 겨울 폭풍으로 미국 7개 주(州)에서 22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콜로라도에선 동사자가 2명이나 나왔고, 캔사스, 켄터키, 미주리에선 눈길 교통사고 등으로 사망자가 발생했다.
미국 정전 집계 전문 사이트 ‘파워아웃티지’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45분 기준 31만5,782가구가 정전 상태였다. 한때 미국 전역에서 180만 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지만 그나마 복구 작업이 진행된 결과다. 미국 동북부 13개 주에서 6,500만 명에게 전기를 공급하는 PJM 인터커넥션은 온도조절기를 평소보다 낮게 설정하고, 식기세척기나 난로 같은 전기용품 사용 자제를 권고했다.
폭설과 강풍으로 항공편 결항도 잇달았다. 23일 5,000편 이상의 항공편이 취소되고 24일 역시 3,300편 이상이 취소됐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가족을 만나려 하거나 휴가를 가려던 많은 사람의 발이 공항 안팎에 묶였다.
남부 애틀랜타와 플로리다 일부 지역, 북동부 필라델피아와 피츠버그는 기상 관측 이래 가장 추운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냈다. 수도 워싱턴 역시 1989년 이후 두 번째 추운 크리스마스 이브였고, 뉴욕은 1906년 최저 기록을 경신했다.
미국 기록적 크리스마스 한파, 왜?
미국의 기록적인 크리스마스 한파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미 중서부에서 형성된 폭탄 사이클론이 동쪽으로 진행하면서 동부와 남부까지 폭설과 강풍이 이어졌다. 폭탄 사이클론은 차가운 북극 기류와 습한 공기가 만나 생성되는 저기압성 폭풍이다. 영화 ‘투모로우’에 나왔던 것처럼 갑자기 기압이 떨어지면서 차가운 공기가 폭탄처럼 쏟아지며 한파가 몰아치게 된다. 이번 폭탄 사이클론 때문에 기온이 30분 사이에 11도나 떨어진 곳도 있었다.
또 북극권 한기를 감싸던 ‘북극 소용돌이(Polar-vortex)’가 약해지면서 소용돌이가 북미 대륙 중위도 쪽까지 내려와 극강 한파를 형성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유럽이 기록적 맹추위를 겪고 있고, 한반도에 한파가 닥친 것도 북극권 찬 공기 영향이다. 대만에선 저체온증으로 최근 약 100명이 숨졌다.
미 국립기상청(NWS)은 “크리스마스까지 한파가 계속될 것”이라며 “역사상 가장 넓은 범위에 겨울 기상 경보와 주의보가 내려졌다”라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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