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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이 직접 챙긴 'R&D센터' 개소식....삼성은 왜 베트남을 '픽'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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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이 직접 챙긴 'R&D센터' 개소식....삼성은 왜 베트남을 '픽'했나

입력
2022.12.23 17: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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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진출 글로벌 기업이 지은 첫 대규모 연구소
기술이전 요구하는 베트남과 '절충카드'로 활용
'의지 확인' 베트남 정부, 삼성과 우호관계 유지

팜민찐(왼쪽 세 번째) 베트남 총리와 이재용(네 번째) 삼성그룹 회장이 23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건설된 '베트남 삼성 연구개발(R&D) 센터' 개소식에 참여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팜민찐(왼쪽 세 번째) 베트남 총리와 이재용(네 번째) 삼성그룹 회장이 23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건설된 '베트남 삼성 연구개발(R&D) 센터' 개소식에 참여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이 직접 베트남을 방문해 자사의 연구개발(R&D) 센터 완공을 자축했다. 그룹 총수가 대형 생산시설도 아닌 비교적 소규모의 R&D센터 개소식까지 챙기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 회장의 행보는 그만큼 그룹 내에서 베트남의 전략적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베트남은 현재 삼성 휴대전화의 50% 이상을 생산하는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삼성그룹 계열사의 현지 추가 진출도 진행되고 있다.

베트남 R&D센터, 멀티미디어·통신보안 집중 연구

베트남 삼성 R&D센터 조감도. 삼성전자 제공

베트남 삼성 R&D센터 조감도. 삼성전자 제공

이 회장은 23일 오전 8시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베트남 삼성 R&D센터' 개소를 선포했다. 2억2,000만 달러(2,830억 원)가 투입된 베트남 R&D센터는 현지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이 세운 첫 대규모 종합연구소다. 베트남 R&D센터는 1만1,603㎡ 부지에 지상 16층·지하 3층 규모로 지어졌으며, 앞으로 2,200여 명의 연구원이 상주할 예정이다.

베트남 R&D센터의 핵심 연구 과제는 멀티미디어 정보 처리 및 무선 통신보안 기술 향상이다. 멀티미디어 정보 처리 등은 스마트폰 소프트웨어의 핵심 기술로, 삼성은 베트남 R&D센터에서 개발된 기술을 현지 생산라인에 즉시 시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생산시설과 R&D센터의 연계성을 높여 연구개발과 기술적용의 간극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취지다.

기술 이전 원하는 베트남… 삼성, 'R&D센터' 카드로 절충

팜민찐(왼쪽) 베트남 총리와 이재용(가운데) 삼성그룹 회장이 23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위치한 베트남 삼성 R&D센터를 함께 둘러보고 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팜민찐(왼쪽) 베트남 총리와 이재용(가운데) 삼성그룹 회장이 23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위치한 베트남 삼성 R&D센터를 함께 둘러보고 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베트남 R&D센터의 역할이 생각보다 크지만 그럼에도 이 회장의 베트남 직접 방문 이유를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이 회장의 행보는 그동안 베트남 정부와 삼성의 '기술 이전·인재 양성' 협상 과정을 들여다봐야 이해가 가능하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 5년 동안 "베트남을 '기술 선진국'으로 도약시키겠다"고 수없이 강조해왔다. 글로벌 기업들의 단순 조립 공장에 머무르지 않고 자생적으로 성장할 기술 기반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베트남 정부는 최근까지 삼성을 포함, 글로벌 기업들을 향해 "현지 진출을 확대하려면 우선 베트남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고 현지 인재도 적극 양성해야 한다"고 압력을 가한 바 있다.

삼성의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됐다. 당연히 핵심 기술을 이전할 수 없고, 그렇다고 삼성만 믿고 현지에 함께 진출한 수백 개 한국의 1·2차 협력업체들을 버릴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은 '베트남 R&D센터'를 협상 카드로 뽑았다. 오프라인 생산 기술은 아니지만 베트남이 원하는 정보통신(IT) 기술을 일부 전수하고 공동으로 인재 양성을 하는 선에서 공생을 하자는 전략이다.

만족한 베트남 총리 "R&D센터, 삼성 의지 보여준 증거"

23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위치한 '베트남 삼성 연구개발(R&D) 센터' 개소식에서 팜민찐 베트남 총리가 축사를 하고 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23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위치한 '베트남 삼성 연구개발(R&D) 센터' 개소식에서 팜민찐 베트남 총리가 축사를 하고 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R&D센터 완공을 확인한 베트남 정부는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베트남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팜민찐 총리는 이날 개소식 현장에서 "R&D센터는 '베트남에서 장기적으로 사업을 하겠다'는 삼성의 의지를 보여준 증거"라며 "이곳에서 양국은 함께 미래 기술을 선도하고 성공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 회장 역시 '실권자' 찐 총리를 각별히 예우하며 삼성의 베트남 내 영향력 유지·강화에 힘썼다. 이날 센터 로비까지 마중을 나간 이 회장은 찐 총리와 함께 R&D센터 주요 시설을 먼저 둘러봤다. 이후 20여 분간 비공개 면담을 마친 이들은 공식 개소식 현장에서 귓속말과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가까워진 모습이었다.

23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진행된 '베트남 삼성 연구개발(R&D) 센터 개소식'에서 팜민찐(왼쪽) 베트남 총리가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과 웃으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23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진행된 '베트남 삼성 연구개발(R&D) 센터 개소식'에서 팜민찐(왼쪽) 베트남 총리가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과 웃으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양국 국교 수교 전인 1989년 베트남에 진출한 삼성그룹은 현재 삼성전자의 6개 생산법인과 1개의 판매법인을 운영 중이다. 이외에 삼성생명 등 6개 계열사도 베트남에 진출했다. 특히 삼성그룹은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은 양국 사이에서 민간 외교관 역할도 자처, 부산엑스포 유치 등에 힘을 보탰다.

삼성그룹의 베트남 진출 확대는 '현재진행형'이다. 삼성전기는 지난 2월 베트남에 9억2,000만 달러(1조1,000억 원)를 추가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베트남 산업계 관계자는 "R&D센터 준공이 삼성전기의 베트남 공장 증설 실무 협상에서 긍정적 동력으로 작용했다"며 "큰 산을 넘은 만큼 삼성과 베트남의 관계는 계속 우호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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