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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초점] '결혼지옥' 제작진의 '자승자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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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초점] '결혼지옥' 제작진의 '자승자박'

입력
2022.12.2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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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거부에도 '똥침 놀이' 하던 양부, 결국 경찰 신고 접수
'결혼지옥' 화제성만 좇던 제작진의 오판
후속 조치 발표했으나 대중의 공분 여전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이 최근 불거진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MBC 제공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이 최근 불거진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MBC 제공

'결혼지옥'의 최대 위기다. 전문가들을 초빙해 공익적인 가치를 더하려던 의도는 퇴색되고 논란과 신뢰성 하락만 남았다.

지난 19일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서는 가족 불화를 겪고 있는 재혼 가정을 조명했다. 문제는 이 가정 내 양부의 태도였다. 양부가 일곱 살 의붓딸과 놀아주는 모습이 전파를 탔는데 특히 '가짜 주사 놀이'라며 아이의 엉덩이를 손으로 찌른 것을 두고 많은 시청자들이 분개를 금치 못했다.

단순히 딸에 대한 애정 표현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딸이 거듭 거부 의사를 밝혔으나 양부의 스킨십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급기야 아동 성추행이 아니냐는 지적도 일었다. 결국 제작진은 공식입장을 통해 장문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제작진은 "해당 부부의 딸을 걱정하셨을 모든 분에게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부부의 문제점 분석에만 집중한 나머지, 시청자분들이 우려할 수 있는 장면이 방영되는 것을 세심히 살피지 못했다. 방송 후 이어진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을 접하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결혼지옥' 속 양부가 일곱 살 의붓딸과 놀아주는 모습이 대중의 공분을 샀다. MBC 영상 캡처

'결혼지옥' 속 양부가 일곱 살 의붓딸과 놀아주는 모습이 대중의 공분을 샀다. MBC 영상 캡처

제작진과 오은영 박사는 후속 조치로 가정 및 아동의 지속적 지원을 약속했다. 아동에게 심리적인 어려움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아울러 VOD 다시보기 삭제에 대해선 "제작진의 의도와 달리 재가공 및 유통되어 출연자 가족에게 상처가 되는 일을 막기 위해 영상을 먼저 수정할 수밖에 없었던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아울러 전문가인 오은영을 향한 비판이 이어지자 제작진은 "오은영 박사는 약 5시간 동안 진행된 녹화 내내 남편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매우 단호하게 비판하고 변화를 촉구했으나 상당 부분 편집돼 오 박사 및 MC들이 남편의 행동에 온정적인 듯한 인상을 드린 것 역시 제작진의 불찰"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제작진의 사과문에도 대중의 공분은 쉬이 가라앉지 않은 모양새다. 결국 해당 사건은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22일 전북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의붓딸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남성에 대한 신고를 접수하고 입건 전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입건 전 조사는 사건 정보를 수집하는 단계로 범죄 혐의점이 드러나면 피의자 입건 등 정식 수사로 전환된다.

방송에도 나왔듯 과거에도 해당 가정의 신고가 접수된 바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성범죄 피해자의 2차 피해 우려가 있는 만큼 구체적인 사건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수사 개시 여부를 신중히 검토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결혼지옥' 국제 결혼 8년차 부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MBC '결혼지옥' 영상 캡처

'결혼지옥' 국제 결혼 8년차 부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MBC '결혼지옥' 영상 캡처

이번 논란은 단순히 해당 가정에 대한 일로 끝나지 않을 예정이다. 그간 제작진이 쌓아 올린 이미지가 결코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남편의 외도로 상처받은 70대 아내, 전처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남편,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아내 등 자극적인 주제들이 꾸준히 전파를 탔고 지적이 일었다. 불화가 부각되고 출연자들의 사연은 수시로 수위를 넘었다. 제작진의 연출적 메시지는 희소됐고 자극과 갈등만이 남았다. 타 프로그램들과 달리 일반인 부부의 사연을 조명하는 '결혼지옥' 포맷 특성상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했다.

위근우 평론가는 해당 사태에 대해 "유튜브도 아닌 지상파 교양프로그램에서 자극성을 쫓아 이러고 있는데, 정말이지 결혼이 지옥이 아니라 이 세상이 지옥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작진을 향한 비판도 몸집을 더욱 불리고 있다. 제작진에 대한 신뢰도는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고 있다. '결혼지옥'은 올해로 시즌2를 맞이했으나 끝내 존폐 위기를 맞이하게 된 셈이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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