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교위 만들었지만 사회적 합의 요원
연구진 패싱 논란·차관 고발 등 갈등
이번 교육과정 개정 역시 과거와 마찬가지로 용어와 문구를 두고 진영 간 대립이 극심했다. 사회적 합의를 거쳐 중장기 교육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출범한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최초로 교육과정을 심의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한 건 마찬가지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빚어진 '자유민주주의 대 민주주의' 용어 논쟁이 대표적이다. 냉전 시기 공산권의 인민민주주의에 대치하는 개념으로서 '자유민주주의'를 쓰자는 보수 진영의 입장과 포괄적으로 '민주주의'를 써야 한다는 진보 진영이 번갈아 우세를 점해 왔다. 교육부는 8월 공개된 교육과정 연구진 시안에 쓰인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자유민주주의'로 수정해 행정예고했다. 역사과 교육과정 심의위원 14명 중 13명이 이에 반대했지만, 이후 교육부와 국교위 심의 과정에서 변화는 없었다.
연구진 시안에 포함됐던 성평등·성소수자 등의 표현이 보수 기독교계의 반발에 부딪혀 빠졌고, 노동자라는 표현이 근로자로 바뀌기도 했다. 국교위 심의 과정에선 섹슈얼리티(성적 취향) 용어도 삭제됐다.
이 과정에서 갈등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14일 국교위가 개정 교육과정 심의본을 의결할 때는 3명의 진보 성향 위원이 반대하며 퇴장했다. 앞서 9일엔 교육과정 역사과 연구진이 교육부가 충분한 협의 없이 교육과정 내용을 고쳐 연구의 자율성과 중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규탄 성명을 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원회를 진행하면서 수정안 채택 요구와 다수결 의결 요구를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했다는 이유로 7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당했다. 교육부가 10월 주최한 공청회에서는 성평등 용어 삭제를 요구하던 보수 단체 회원이 '노동교육' 강화를 주장한 노조 관계자를 밀치는 일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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