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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축형 재배에 따른 사과생산의 대변신

입력
2022.12.23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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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 북구 죽장면 태산농원.

경북 포항시 북구 죽장면 태산농원.

4,000년 이상의 재배 역사를 가진 사과는 세계 여러 곳에서 재배가 된다. 색상은 빨간색부터 초록색, 황색 빛까지, 크기는 대추만 한 것부터 핸드볼 공만큼 큰 것까지 다양하며, 품종은 약 2,500종이 넘는다.

우리나라는 17세기 후반부터 토종 사과 능금의 재배가 시작되었다. 서양 사과의 도입은 1899년에 시작되었고, 1953년부터 농가의 소득작물로 재배되었다. 본래 사과를 일컫던 이름은 임금(林檎)이었는데 왕을 뜻하는 임금과 발음이 같아서 능금으로 바뀐 것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현재까지도 사과를 링고, 즉 임금(林檎)이라고 부른다.

많은 사람이 사과 하면 대구·경북을 떠올리게 되는데 예로부터 그 지역에는 능금나무가 많았다고 한다. 현재도 대구경북능금농협이 따로 있을 정도로 사과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전국의 60%를 넘어 국내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경북 포항시 북구 죽장면 태산농원.

경북 포항시 북구 죽장면 태산농원.

몇 해 전부터 사과 주산지 경북에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고 있다. 많은 노동력이 필요한 기존의 사과 재배방법이 한계에 도달한 가운데 적은 인력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다축형(多軸形) 재배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이탈리아, 미국, 뉴질랜드 등에서 개발한 새로운 과원체계로 경제성과 노동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다축형 재배농장은 포항에서 서상욱 대표가 운영하는 태산농원이다. 서 대표는 다축형 재배의 세계적 권위자가 뉴질랜드에 있다는 말을 듣고 현지에 직접 찾아가 재배방법을 공부했다. 그는 농업 분야 신지식인, 사과 '농업마이스터'로 39년의 영농경력을 바탕으로 국내 최초로 다축형 사과 과수원 조성에 성공했다.

태산농원은 언뜻 보기에는 여느 사과농장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곳의 사과나무는 하나의 밑동에서 원줄기가 Y자 모양으로 두 갈래, 네 갈래, 여섯 갈래 등으로 벌어져 자란다. 기존의 재배법은 하나의 축을 중심으로 방추형으로 열매가 맺는 방식으로, 나무가 크고 우거져 사다리 작업을 해야 하고, 꽃과 열매를 솎을 때 가지와 잎을 헤집어야 해 작업이 까다롭고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반면에 다축형 재배는 작업이 간단하여 노동시간이 줄고 방재 약 사용량을 최소화할 수 있어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서 대표는 "과일의 맛과 색깔은 일조량에서 좌우되는 데 다축형 재배는 햇빛을 많이 받아 착색뿐만 아니라 당도나 상품성 모두 좋아지기 때문에 생산비는 30% 이상 절감되고 생산량도 대폭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경북 포항시 북구 죽장면 태산농원은 가족이 함께하는 농가다. 위에서부터 서상욱 대표, 아들 서유록, 딸 서명수

경북 포항시 북구 죽장면 태산농원은 가족이 함께하는 농가다. 위에서부터 서상욱 대표, 아들 서유록, 딸 서명수

태산농원에는 다축형 재배기술을 배우기 위해 연간 2,000여 명이 농장을 찾는다. 서 대표는 찾아오는 농부들에게 "우리가 세계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최고의 사과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도전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또, "다축형이 무조건 좋다는 것은 아니다. 재해가 미치는 영향, 기후 적합성과 병충해 등 부작용을 고려하여, 충분한 검증을 통해 재배기술을 강화하는 노력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농업의 발전은 정부의 농업정책도 중요하지만, 농업 관계자들의 열린 사고방식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서 대표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새로운 환경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농가가 있어 더 큰 성장과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혁신은 과거의 익숙함을 과감히 버리는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입하고 그것을 개발하는 과정이다. 이때 만들어지는 성공사례가 농촌의 삶을 더 빛나게 만들어 준다.


민승규 국립한경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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