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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와 아미, 팬덤에서 희망을 찾다

입력
2022.12.27 04:30
수정
2022.12.27 16:29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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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내가 운영하는 문화마케팅 회사는 두 번의 국제포럼을 주최한 바 있다. 7월 14~16일 한국외대에서 진행된 '제3회 BTS 국제학제간학술대회'와 10월 20~21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진행된 '제9회 한류국제학술대회'가 그것이다.

'BTS 국제학제간학술대회'에는 25개국 167명의 학자가 참여해 BTS와 글로벌 팬덤인 아미가 만들어 내고 있는 전례 없는 사회·문화적인 현상이 역병이 창궐한 지난 2년간에도 멈추지 않았으며, 커뮤니티 내에서 변화를 만들고 있음을 연구결과로 보여주었다.

이어 10월에 진행된 '한류국제학술대회'의 키노트 연사로 한국을 찾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샘 리처드 교수는 한국이 보여준 탁월함과 아직 펼쳐지지 않은 가능성을 가장 믿지 못하는 사람은 한국 사람 자신이며, 겸손함이 아닌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몇 번을 강조했다.

자부심이 차올랐던 행사들을 마무리하며 마지막 보고서를 쓰던 10월 29일 밤, 나는 이태원에서의 참사를 접했다. 조문을 위해 이태원을 찾아 시민들이 적은 글들을 읽는 순간 부산에서 열렸던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기원 콘서트 'BTS 'Yet To Come' in BUSAN'을 떠올렸다.

전 세계 각국에서 기꺼이 찾아온 팬들의 안전보다는 행사 자체의 파급력과 이들이 가져다줄 경제적인 효과에 관심이 많아 보였던 진행 과정들. 운영 주체가 보이지 않았던 현장 상황들. 하지만 이 가운데에는 한 줄기 빛처럼, 아미는 아미가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활동했던 팀아미(TEAM ARMY) 이름의 자원봉사자들이 기억났다. 참담한 현실 속에서 더욱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고, 더 나은 미래를 앞당길 수 있는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것이 나다운 애도의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한 달여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 12월 17일,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100여 명이 넘는 유료 참석자가 모인 가운데 '2022 머쉬룸 인사이트 포럼'을 진행했다. 21명의 연사와 패널이 함께한 이번 포럼의 주제는 다소 선언적인 '더 나은 미래, 팬덤에서 희망을 찾다'로 정했다.

남아공 인권단체 The Justice Desk의 CEO 제시카 듀허스트가 연설하는 모습.

남아공 인권단체 The Justice Desk의 CEO 제시카 듀허스트가 연설하는 모습.

포럼은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우분투(UBUNTU)의 의미를 이야기하며 묵념으로 시작했다. 한국을 찾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인권단체 The Justice Desk의 CEO 제시카 듀허스트는 BTS의 'Not Today' 노래 가사와 UN 연설로부터 영감을 받아 기획한 음보코도 프로젝트가 젠더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고통 당하는 남아공 여성들의 회복에 기여했다고 전했다. 또 이 프로젝트의 활동가인 10대 남아공 아미들은 BTS의 메시지인 'Love Yourself' 'Speak Yourself'를 자신들의 삶에서 어떻게 증명해 왔는지 전달했다. 이들이 함께 노래할 때 참석자들은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팀아미(TEAM ARMY)의 일원도 연사로 참여하였다. 부산 콘서트 두 달 전부터 세계 각국에서 올 아미들이 처할 수 있는 불편함과 위험 가능성을 세심하게 점검하며 전방위적으로 대안을 만들어 온 과정을 설명하자 참석자들 사이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유치기원콘서트 ‘BTS 옛 투 컴 인 부산’

2030 부산세계박람회유치기원콘서트 ‘BTS 옛 투 컴 인 부산’

“참석 전에는 포럼 제목이 너무 거창한 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지금은 팬덤에서 더 나은 미래와 희망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그 진심을 행동으로 실천하고 보여주는 아미들의 열정과 사랑의 마음을 통해 이 세상에 사랑이 더욱 가득해지기를 소망합니다."

행사에 참석했던 한 목사님이 보낸 후기는 이번 행사를 통해 아미라는 팬덤이 제시하는 희망의 메지지가 잘 전달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이날 포럼과 바자회 수익은 The Justice Desk에 기부했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단서들은 분명히 우리 안에 있다. 그리고 바로 지금 등불을 들어올려 서로에게 비춤으로써 미래는 거저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임을 다시 한번 이야기할 시기다.

김영미 머쉬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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