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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늦은 김에 연말까지?"... 정쟁으로 민생 손놓은 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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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늦은 김에 연말까지?"... 정쟁으로 민생 손놓은 여야

입력
2022.12.21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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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처리 지연을 상대 당 공격에 활용
일몰연장 법안도 주고받기식 처리 전망

주호영(왼쪽 사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뉴스1

주호영(왼쪽 사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뉴스1

국회가 매일 부끄러운 기록을 쓰고 있다. 20일로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12월 2일)을 18일이나 넘기면서다. 지난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후 유례가 없는 지연 사태임은 물론 벼락치기 예산·법안 심사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여야는 머리를 맞대기보다 처리 지연 책임을 상대 당에 전가하는 데 여념이 없다.

여야는 이날도 예산안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아예 만나지도 않았고, 실무 차원의 의미 있는 물밑 협상도 없었다. 중재안을 잇달아 내놓으며 예산안 처리에 의욕을 보였던 김진표 국회의장도 지난 주말 '법인세 1%포인트 인하' 중재안을 국민의힘이 거부한 이후로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여부와 행정안전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신설 예산이라는 정치적 요인이 639조 원 규모의 내년도 나라 살림을 볼모로 잡은 형국이다.

예산안 처리 지연 사태를 정쟁에 활용

여야는 오히려 예산안 처리 지연을 정쟁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경찰국 등에 대한 예산 편성을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의 태도를 '대선 불복'으로 규정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민주당의 관련 예산 편성 반대를 "새 정부의 핵심기관을 부정하는 것은 곧 정부 출범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도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용산 아바타'로 전락한 여당과 도돌이표 협상을 해봤자 대통령의 거부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는 교착상황이 길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이 예산안과 관련한 원칙론을 고수하는 것도 여야 간 타협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9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만나 "마지막까지 원칙을 지키며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예산안 처리가 지연될 경우 역대 대통령은 여야 지도부를 불러 타협을 하든, 담판을 짓든 물꼬를 트기 위해 노력했다"며 "반면 윤 대통령은 정부·여당에 강경 대응을 주문하며 타협의 여지를 좁히고 있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1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총리 주례회동 발언 등 현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1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총리 주례회동 발언 등 현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벼락치기식 법안 주고받기 우려도

다만 팽팽한 대치 속에서도 물밑에선 낙관론도 감지된다. 여야가 힘겨루기 속에서도 각자 지역구 예산을 챙기기 위해 해를 넘기기 전엔 극적 타협을 모색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이와 관련, 오는 28, 29일쯤 쟁점 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처리한 뒤 30, 31일쯤 본회의를 여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하지만 국민 생활에 직결된 법안들을 면밀한 상임위 심사 없이 하루 이틀 만에 주고받기 식으로 처리하는 구태가 재연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올 연말 일몰(제도 효력 정지)이 예정된 법안 중 국민의힘이 요구하고 있는 30인 미만 중소기업에 대한 주 8시간 추가 연장근로제(주 60시간제)와 민주당이 희망하는 화물차 안전운임제 일몰 연장은 대표적인 주고받기 대상으로 꼽힌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이날 "30인 미만 기업에 대한 추가 연장근로 일몰 연장 법안을 법사위에 올리려면 화물차 안전운임제도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렇게 일몰을 단순하게 연장하면 3년 뒤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성택 기자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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