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감 된 지 반년 만에 치안정감으로
'尹 인수위' 파견 조지호도 6개월 만에
노동운동을 하던 동료들을 밀고한 대가로 경찰에 특채됐다는 '프락치' 의혹을 받아온 김순호(59)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치안감)이 20일 치안정감으로 승진 내정됐다. 치안정감은 경찰 수장인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 계급으로, 전국에 7명뿐인 '넘버2' 계급이다. 김 국장 사퇴를 요구해온 야권은 물론 경찰 내부에서조차 "부적절한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이날 김 국장과 조지호(54) 경찰청 공공안녕정보국장을 치안정감으로 승진 내정했다. 광주광역시 출신인 김 국장은 광주고와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경장 경채로 경찰에 입직했다. 지난 8월에는 초대 경찰국장에 임명되는 과정에서 밀정 의혹에 휩싸였다. 그가 1988년 노동운동 단체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 동료들을 밀고한 대가로 이듬해 대공(對共) 특채로 경찰이 됐다는 것이다. 이에 시민사회와 야권을 중심으로 사퇴론이 확산됐으나, 정작 정부는 김 국장을 '영전'시켰다. 그는 6월 경무관에서 치안감으로 승진한 뒤, 다시 6개월 뒤 치안정감에 오르는 초고속 승진 기록을 세우게 됐다.
김 국장의 승진 발표에 경찰 내부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인사"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일선 경찰서 직원은 "외부의 합리적 지적을 무시하고 '마이웨이'를 고집하는 현 정부의 국정 운영 기조가 경찰 인사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경찰청의 한 간부도 "경찰국장 자리가 결국 '승진' 코스였다는 게 확인된 셈"이라고 직격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경찰 내부 게시판에도 "여론이나 여러 의견은 무시하고 내 생각대로 가겠다는 의미" "경찰 인사가 X판" 등의 글이 쏟아졌다.
김 국장은 이날 '프락치 의혹이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았는데 승진해 논란이 있다'는 취재진 질의에 "(진실화해위원회) 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 그 결과를 지켜보시면 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경찰대 6기 출신인 조 국장은 경북 청송 출생으로, 강원 속초경찰서장, 서울 서초경찰서장 등을 거쳐 2019년 경무관으로 승진했다. 올해 3~5월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파견 근무를 했고, 6월 치안감으로 승진해 경찰청 공공안녕정보국장으로 보임했다. 김 국장과 마찬가지로 이번 인사로 6개월 만에 치안정감으로 올라서게 됐다. 이들은 내년 정년퇴직을 앞둔 송정애(59) 경찰대학장과 박지영(59) 경기남부경찰청장의 빈자리를 메울 것으로 전망된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의 이태원 참사 수사 결과가 발표된 뒤 교체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날 한창훈(간부후보 45기) 서울경찰청 교통지도부장, 김병우(경찰대 8기) 서울경찰청 경찰관리관, 최현석(경정 특채) 대전경찰청 수사부장 등 경무관 3명을 치안감 승진자로 내정했다. 입직 경로를 고르게 안배한 가운데 경찰대 개혁의 일환으로 비(非)경찰대 출신을 중용하겠다는 현 정부 기조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새로운 치안정감과 치안감 보직은 시·도 자치경찰위원회 협의 과정 등을 거쳐 이르면 이번 주 중 정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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