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학년도 대학 입시의 최종 관문인 정시모집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문이과 통합수능 2년 차인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불수학'은 유지되고 국어는 상대적으로 쉽게 출제되면서, 수학 성적이 입시 성패를 가르는 절대적 지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수학을 잘 못봤다고 해서 상심하긴 이르다. 교차지원을 통한 이과의 '문과 침공'이 거셀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입시업계에선 각 대학이 학과마다 다르게 설정한 영역별 반영비율을 꼼꼼히 따져보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정시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26년 만에 가장 많은 'n수생'… 상위권 경쟁 변수로
20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올해 수능 정시모집은 이달 29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5일간 진행된다. 대부분의 대학이 5일 전체를 원서접수 기간으로 정하고 있지만, 서울대와 연세대 등 일부 대학은 이달 31일까지만 원서를 받으니, 지원할 대학의 원서접수 일정을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정시모집 인원은 7만6,682명으로 지난해보다 7,493명 감소했다. 수시모집 인원이 늘어난 영향이다. 그러나 서울권 41개 대학의 정시 선발인원은 지난해 3만38명에서 올해 3만1,969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특히 서울 소재 16개 대학의 수능 위주 정시 선발 비율은 37.6%에서 40.5%로 늘어나면서 수능의 중요성이 커졌다.
역대 최대 규모의 졸업생이 응시한 것도 올해 수능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초고난도 문항이 줄어들면서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이른바 n수생들의 상위권 비중이 높아졌다. 올해 n수생과 검정고시 출신이 전체 수험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1.1%로 2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따라서 상위권 고3 수험생들이 정시 전략을 짤 때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에 따르면 올해 수능에서 국어·수학·탐구 영역의 표준점수 합이 400점을 넘는 고3 비중은 자연계열이 2.02%로 지난해 3.2%보다 1.18%포인트, 인문계열이 0.13%로 지난해 0.36%에서 0.23%포인트 떨어졌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보통 고3과 재수생의 국어·수학 표준점수 차이는 20점 정도인데, 올해는 작년보다 재수생 강세가 더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상위권까지 수학 영향력 절대적"… 수학 반영 비율 바뀐 곳 주의해야
국어, 수학, 영어 영역 모두 1등급 비율이 지난해에 비해 증가한 가운데, 최상위권은 변별력이 커진 수학 성적이 합격을 좌우할 것이란 게 입시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국어와 수학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국어가 15점 하락한 반면, 수학은 2점 내려가는 데 그쳤다. 또 최고점과 1등급 컷 차이는 국어가 18점에서 8점으로 줄어들었지만, 수학은 10점에서 12점으로 오히려 늘었다. 수학의 변별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치열한 상위권 경쟁에서도 수학의 영향력이 확대될 전망이다. 국어·수학 합산점수 기준으로 최고점과 1등급 컷 점수차는 지난해 28점에서 올해 20점으로 줄어들었다. 즉 좁은 점수 구간에 상위권 학생들이 촘촘하게 몰려 있다는 얘긴데, 수학을 잘 봐서 높은 표준점수를 받은 수험생들이 상대적으로 상위권 내에 다수 포진했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대학별로 수학 가중치를 높게 부여하는 학과들이 많기 때문에 입시 전략을 짤 때도 수학 성적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올해 1~3등급 구간대 모두에서 수학이 국어 점수를 앞서고 있어 중상위권 이상 입시에서 수학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라며 "이과생의 인문계 학과 교차지원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과생은 치열한 상위권 경쟁 속에서 교차지원 전략 활용 여부를 결정해야 하고 문과생은 교차지원 영향을 감안해 수학 반영 비중, 전년도 입시 결과, 수시이월 규모, 실시간 경쟁률 등을 꼼꼼히 따져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전년도에 비해 수학 반영 비중을 조정한 곳에 지원할 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인문계 중에선 국민대(20%→30%), 서울시립대 경영학과(35%→40%), 한국외대LT학부(30%→35%) 등이, 자연계에선 서울시립대 도시공학(35%→40%), 건국대 기계항공공학(30%→35%) 등이 수학 반영 비율을 높였다. 반면 성균관대 인문, 자연(40%→35%), 동국대 경영(30%→25%), 건국대 융합생명공학(35%→30%) 등이 수학 비중을 줄였다.
"단순 표준점수 합계 아닌 대학별 환산점수 반드시 확인해야"
이처럼 대학과 모집단위에 따라 영역별 반영비율을 달리 정하고 있는 것은 수능의 최대 변수다. 따라서 수학 성적이 다소 뒤처진다고 해서 입시 자체를 포기하기엔 이르다.
예를 들어 표준점수의 합이 같은 A, B 두 학생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A는 국어와 탐구영역 중 한 과목을, B는 수학과 탐구영역 중 다른 한 과목을 잘 봤다. C대학은 국어, 수학, 영어, 탐구 반영 비율이 30%, 25%, 20%, 20%이고, D대학은 25%, 30%, 15%, 25%라고 했을 때 A는 B보다 C대학에선 유리하고, D대학에선 불리한 결과를 얻게 된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많은 수험생들이 본인의 단순 합산 표준점수로 지원대학과 학과를 찾아보고, 지원여부를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영역별 반영비율을 따진 대학별 환산점수를 통해 합격과 불합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반드시 대학별 환산점수를 통해 지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 의대 지역인재 선발 비율 확대
수시모집 이월 규모가 반영된 최종 정시모집 인원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올해 정시모집 인원은 이달 27일 수시모집 미등록 충원 등록이 마감된 후 대학별로 발표된다. 정시모집 규모는 지금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올해도 수시 미등록 이월 인원의 감소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오히려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꼼꼼하게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상위권 학생들의 또 다른 변수는 지방대 의예·치의예·약학·한의예·간호 모집단위의 지역인재 선발 비율이 확대됐다는 점이다. 올해부터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이 바뀌면서, 의예·치의예·약학·한의예는 40%(강원·제주 20%)를, 간호는 30%(강원·제주 15%)를 지역인재전형으로 의무 선발해야 한다. 김병진 소장은 "전체 모집인원의 변동이 없는 상태에서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늘리다보니 정시 일반전형 모집인원은 감소했다"며 "이들 학과 지원을 고려하고 있는 수험생은 신중히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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