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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하다", 전력시장의 '도심형 소규모 연료전지'

입력
2022.12.19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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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훈
유승훈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

편집자주

우리나라는 에너지 부족 국가이면서도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이슈를 에너지 경제학의 관점에서 점검해본다.

그래픽=김문중기자

그래픽=김문중기자


수소경제 활성화에 투자 늘리기 시작한 주요 선진국
우리 정부도 연료전지 이용한 분산형 수소발전 추진
소규모 연료전지, 단소정한(短小精悍)의 힘 활용해야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을 살펴보면 향후 10년간 수소의 생산 및 활용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한다. 현재 전력난이 심각한 유럽도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면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수소의 생산 및 활용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윤석열 정부도 지난 11월 열린 제5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수소경제의 지속 추진 의지를 밝혔다. 수소 상용차 보급 확대 및 화석연료에서 수소로의 발전 연료 전환과 함께 특히 눈에 띄었던 정책 방향은 분산형 수소발전 확산이었다. 송전선로 건설을 둘러싸고 2013년에 있었던 밀양 송전탑 사태가 전국 곳곳에서 재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김문중기자

그래픽=김문중기자

수소발전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천연가스와 함께 또는 단독으로 수소를 연소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인데, 상용화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 및 설비 개발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연료전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인데, 연료전지는 이미 상용화되어 있으며 수요지에 설치될 수 있는 분산 전원이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화학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기에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와 달리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고 물만 배출한다. 즉 친환경적이다. 아울러 수소 연소로 전기를 만들 때의 효율은 50%인 반면에, 연료전지로 전기를 만들 때의 효율은 80%를 상회하므로 상대적으로 그 효율이 매우 높다.

이에 수소경제위원회는 내년 상반기 중에 수소발전 입찰시장을 개설하겠다고 밝혔다. 즉 연료전지로 생산된 전기가 입찰 및 낙찰을 통해 가격이 결정되어 거래되는 도매시장이 개설된다. 수소발전 입찰시장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분산 전원이자 친환경 미래에너지인 수소의 활용을 장려할 것이다.

정부는 현재 수소발전 입찰시장의 세부 내용을 설계하고 있는데, 한 가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료전지의 용량이 클수록 단위당 발전 비용이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소용량의 연료전지는 대용량의 연료전지와 경쟁 자체가 되질 않기에, 사업자들은 대용량을 선호한다. 하지만 용량이 작을수록 수요지에 더 밀착되므로 분산 전원에 더 가깝다.

그래픽=김문중기자

그래픽=김문중기자

진보 정부건 보수 정부건 간에 지속적으로 추진했던 것은 분산 전원의 확대였다. 곧 완성될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년)에는 분산 전원의 보급목표가 구체적으로 담길 것이다. 송전선로 건설을 둘러싼 전국 곳곳의 갈등을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대표적인 분산 전원인 도심형 소규모 연료전지가 확대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료전지 입찰시장을 용량별로 구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 에너지부 산하의 에너지정보청에서는 1㎿를 기준으로 대규모 및 소규모를 구분하고 있다. 호주의 에너지시장위원회에서는 용량을 5가지로 구분하고 있는데, 대소를 구분하는 기준은 대략 1㎿로 미국과 동일하다. 1㎿는 전기차 10대를 동시에 급속으로 충전할 수 있는 용량이다.

미국 및 호주의 사례를 참고하여, 우리나라도 수소발전 입찰시장을 세분화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다. 즉 소규모 연료전지를 구분하는 별도 기준을 설정하여, 대규모와 소규모가 각자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공정성도 보장되고, 도심형 소규모 연료전지가 확대되어 분산 전원 확대라는 정책적 목표도 달성될 수 있다.

동양 역사서의 근간으로 불리는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를 보면 단소정한(短小精悍)이란 글귀가 있다. '작은 것이 정밀하고 세차다'는 뜻으로, 보이는 모습과 달리 다부지고 강한 면모가 있을 때 쓰이는 말이다. 대표적 분산전원인 도심형 소규모 연료전지는 한마디로 단소정한이다. 작은 고추끼리 매운맛을 경쟁하는 시장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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