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이 단거리에서 새로운 희망을 쏘아 올렸다. ‘이상화 후계자’로 꼽히는 김민선(23·의정부시청)과 모태범의 뒤를 이을 김준호(27·강원도청)가 나란히 개인 최고 기록으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남녀 500m에서 금빛 질주를 펼쳤다.
김민선은 17일 캐나다 캘거리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22~23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4차 대회 여자 500m 디비전A(1부 리그)에서 36초96으로 레이스를 마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0일 3차 대회 당시 거둔 개인 기록(36초972)을 다시 한번 경신하며 올해 1~4차 대회를 전부 우승했다. 이달 초 열린 4대륙선수권대회까지 포함하면 ISU 국제대회 5회 연속 우승이다. 한국 선수 중 월드컵 최다 연속 우승은 이상화의 10회다.
9조 인코스에서 레이스를 시작한 김민선은 첫 100m 구간을 전체 4위 기록인 10초46에 통과했지만 막판 스피드를 무섭게 끌어올리는 뒷심을 발휘해 결승선을 통과했다. 36초대에 레이스를 마친 건 20명 출전 선수 중 김민선이 유일하다. 2위는 2022 베이징올림픽 500m 은메달리스트 다카기 미호(일본)의 37초26이다. 1,000분의 1초 차이로 순위가 갈리는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에서 0.3초 차이는 상당한 격차다. 김민선은 우상 이상화가 2013년에 세운 세계 기록(36초36)에도 한 발자국 다가서며 새로운 ‘빙속 여제’의 대관식을 준비하게 됐다. 세계 1위 자리도 유지했다. 4개 대회 연속 우승으로 월드컵 포인트 총 240점으로 2위 네덜란드의 유타 레이드람(190점)과는 50점 차다.
김민선의 역주에 이어 김준호도 동반 금빛 질주를 완성했다. 김준호는 18일 같은 장소에서 펼쳐진 남자 500m 디비전A에서 34초07의 개인 최고 기록을 달성하며 우승했다. 김준호가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건 2019년 11월에 열린 2019~20시즌 월드컵 1차 대회 이후 3년 만이다.
올 시즌 월드컵 1차 대회와 3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낸 김준호는 4차 대회에서 첫 100m 구간을 전체 2위인 9초46에 주파했다. 이후 이를 악물고 스피드를 더 끌어올려 함께 레이스를 펼친 메레인 스헤페르캄프(네덜란드)를 멀찌감치 제쳤다. 결승선을 통과한 뒤 자신의 기록을 확인한 김준호는 우승을 예감한 듯 두 팔을 들어 올리고 환호했다. 은메달은 0.1초 차로 뒤진 미국의 조던 스톨츠(34초08)에게 돌아갔다. 김준호의 월드컵 포인트는 총 184점으로 세계 3위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