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19세 때 총기 소지 동의서에 서명
검찰 "아들 부적합 알고도... 총격 사건 원인 제공"
지난 7월 4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교외의 하이랜드파크에서 독립기념일 기념 퍼레이드 행렬을 겨냥한 무차별 총격 사건이 벌어진 후 한 여성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시카고 AP=연합뉴스
지난 7월 미국 독립기념일 퍼레이드 관람객 7명의 생명을 앗아간 총격범의 아버지가 기소됐다. 아들이 정신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음에도, 총을 소지할 수 있도록 도와 사고를 야기했다는 혐의다. 반면 당국이 총기 소지를 최종 허가해 놓고 아버지 등 개인에게 책임을 돌린다는 비판도 나온다.
아들 손에 총 쥐어준 父, 최장 3년 징역형 받을까
17일(현지시간)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일리노이주(州) 레이크카운티 검찰은 총기난사범 로버트 크리모 3세(22)의 아버지 로버트 크리모 주니어(57)를 4급 중범죄로 지난 15일 기소했다.
검찰은 "아버지 크리모가 아들이 총기를 소지하기에는 부적합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총기 면허를 신청할 수 있도록) 동의서에 서명했다"고 기소 이유를 밝혔다. 아버지가 정신적으로 불안한 아들 손에 총을 쥐여줬다는 것이다. 혐의가 인정되면 그는 최장 3년 징역형에 처해진다.
아들 크리모는 일리노이주가 총기 소지를 허용하는 만 21세가 되기 전 총기 면허를 딸 수 있었다. 아버지 크리모가 2019년 당시 19세였던 그가 총기를 소지하는 데 대해 동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들 크리모는 합법적으로 얻은 총기로 지난 7월, 독립기념일 퍼레이드 관람객을 향해 총기를 난사하는 중범죄를 일으켰다. 이 사고로 7명이 숨지고, 48명이 다쳤다. 그는 지금 1급 살인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7명의 생명을 앗아간 총기난사범 로버트 크리모 3세. 크리모 SNS 영상 캡처
"알면서도 못 막으면 범죄" vs "부모라고 자식 다 알까"
경찰 수사 결과 아들 크리모는 2019년 4월 벌목할 때 주로 쓰여 정글도라 불리는 마체테로 자살 시도를 했고, 같은 해 9월에는 "모두 죽이겠다"며 가족들을 협박해 경찰까지 출동했다. 그럼에도 석 달 후인 12월 총기 면허를 신청해, 한 달 만에 발급받았다.
에릭 라인하트 레이크카운티 주 검사는 "아버지는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아들이 총기를 소지하도록 도왔다"며 "이는 범죄적으로 무모한 행위이며 총격 피해자들이 입은 상해의 원인이 됐다"고 그의 책임을 분명히 했다.
반면 아버지 크리모는 "혐의 자체가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크리모 측 조지 고메즈 변호사는 "검찰 주장대로라면 모든 미국의 부모들이 19세 자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3년 후 일어날 행동에 대해 형사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이라며 "(기소는) 정치적 동기에 따른 것으로, 주의를 딴 데로 돌려 정작 미국에서 일어나야 할 진정한 변화를 방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들의 총기 소지 면허 취득 역시 "합법적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문제가 있었다면 당국이 면허 발급을 거부했을 것이란 얘기다.
지난 8월 3일(현지시간) 미 일리노이주 레이크카운티 법원에서 열린 총기난사범 로버트 크리모 3세의 재판에 참석한 아버지 로버트 크리모 주니어. 레이크카운티=로이터 연합뉴스
아버지 크리모의 유죄 여부를 판가름하는 핵심 쟁점은, 자녀가 범행을 일으킬 수 있는 조짐을 보였는데도 이를 방조했을 때 부모 과실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다. 에릭 존슨 일리노이대 법대 교수는 "누군가의 죽음을 초래할 상당하고 부당한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한 해당 행위는 무분별한 살인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CNN에 말했다. 다만 최종 총기 면허 발급의 권한은 주 정부 등 당국에 있는 만큼 그 책임을 가족 등 개인에게 돌릴 수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국 내 잇따른 총기 사고에서 가해자의 부모에게 책임을 물은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11월 미시간주 옥스퍼드 고등학교에서 총격으로 4명을 숨지게 한 이선 크럼블리(15)의 부모가 과실치사 혐의로 처음 기소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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