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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정보 디지털’ 시대 앞당길 때다

입력
2022.12.16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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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숙 교수의 헬시 에이징] 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여성은 40세가 넘으면 유방암 검진을 무료 국가건강검진으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유방암 검진 시 암에 걸리지 않았는지 괜스레 두려워지고, 나이 드는 것도 서러운데 불편한 검진을 받는 것도 마뜩잖은 것도 사실이다.

검사를 받은 뒤 결과지를 들여다 볼 때에는 걱정이 앞선다. 젊은 나이에 유방암이 걸렸다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 않고, 유방암 검사를 40세가 넘어야 받는 것이 늦은 게 아닌지 초조해진다.

유방암은 타고난 유전자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생활 습관, 음주, 비만, 스트레스 등 다양한 요인에 인해 노출될 수 있다. 유방암 원인 유전자로 잘 알려진 BRCA1ㆍBRCA2 유전자 이상에다 가족력까지 있어도 좋은 생활 습관을 가지면 유방암에 걸리지 않을 수 있다. 이들 유전자 이상이 없더라도 잘못된 생활 습관이나 위험 환경에 노출되면 유방암 발병 위험이 매우 커진다.

물론 의료 기술이 날로 발전해 정확한 검진이 가능해져 유방암도 ‘관리 가능한’ 암에 포함되면서 20대부터 유방암 검사로 미리 관리하면 유방암을 조기 발견해 치료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스스로 식습관이나 생활 습관, 유전자 위험도 등을 잘 관리해 유방암 위험을 지속적으로 ‘통제’하는 일은 여간 쉬운 일은 아니다. 만약 이러한 다양한 요인들이 데이터화돼 20대부터 지속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어떨까?

실제로 이러한 복합적인 건강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시스템을 갖춘 나라가 있다. 유럽의 에스토니아가 그런 나라다. 에스토니아는 인구 130만여 명에 불과한 소국이지만 세계 최초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고, 유럽 최초로 전자신분증을 발행한 ‘ICT 강국’으로 꼽힌다. 에스토니아는 2008년부터 개인 건강 정보를 디지털로 통합 관리하는 정보 시스템인 ‘이-헬스 시스템(e-health system)’을 갖추고 전자신분증과 연동하고 있다.

세계 각국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이-헬스 시스템에는 혈액형ㆍ기저 질환ㆍ진료 기록ㆍ예방접종 내역ㆍ건강검진 기록 등 개인 건강 정보를 비롯해 유전체 데이터 등을 다양한 자료를 축적돼 암ㆍ치매 등 다양한 질병을 효율적으로 예방ㆍ관리하고 있다. 국민도 언제든지 이 시스템에 접속해 자신의 건강 정보를 확인하고 정보 공개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는 ‘건강 데이터 주권’을 갖고 있다.

이-헬스 시스템 덕분에 에스토니아 국민들은 개인 맞춤형 질병 예방ㆍ치료라는 꿈의 의료 서비스에 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예컨대 유방암을 일으킬 수 있는 BRCA1ㆍBRCA2 유전자를 가진 여성은 유방암 검사 시기를 기존 검진 나이보다 앞당겨 시행하도록 권고한다. 우리나라에서는 40세가 넘어야 국가건강검진으로 유방암 검사를 일률적으로 받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만 이-헬스 시스템이 개인별 건강 정보 데이터를 바탕으로 운용되기에 개인 정보 보안이 가장 큰 문제인데, 에스토니아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개인 정보 유출을 예방하고 있다. 또한 에스토니아 국민들은 이웃나라인 핀란드ㆍ스웨덴 등에 건강 데이터를 공유하기에 이들 나라에서도 자신의 진료 기록을 확인하고 약을 처방받을 수 있다.

‘IT 선진국’임을 자부하는 우리나라도 이제 에스토니아에서 시행되는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적용할 때가 됐다. 의료 정보 디지털화가 실현된다면 효율적인 질병 예방 등을 비롯해 국민 건강을 더욱 증진하고 의료비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문지숙 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

문지숙 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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