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그랩, 출장예산 등 비용 축소키로"
고투그룹 등 동남아 빅테크 감원 잇따라
동남아시아 최대 승차공유 및 음식배달 서비스 업체 그랩홀딩스(이하 그랩)가 고강도 비용 절감에 돌입할 것으로 15일(현지시간) 알려졌다.
로이터는 이날 앤서니 탄 최고경영자(CEO)의 내부 공지를 인용, 그랩이 △신규 채용 동결 △관리자급 급여 동결 △출장 예산 20% 삭감 등에 나설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그랩은 올해 이미 일부 사업부서를 없애고, 인센티브 지출을 줄이는 등 비용 축소에 안간힘을 써왔으나, 경기가 내년 더 나빠질 것으로 보고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동남아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은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한 브랜드다.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설립된 이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8개국에 진출했으며, 현재 직원 수는 약 8,800명에 이른다. 우버와 비슷한 승차공유 서비스로 시작해 음식배달, 디지털 결제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 왔다. 동남아 최초의 데카콘(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 기업·유니콘의 10배)이기도 하다.
그랩처럼 잘 나가던 동남아 대표 스타트업들은 잇따라 대규모 해고, 채용 동결 등 인력 조정에 나서고 있다. 아마존, 메타, 트위터 등 미국 빅테크(주요 기술기업)들에 불어닥친 고용 한파가 미국을 넘어 아시아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최대 테크기업인 고투그룹도 지난달 전체 직원의 약 12%에 이르는 1,300명을 감원했다. 지난해 차량 공유 업체 고젝과 전자상거래 업체 토코피디아 합병으로 탄생한 고투그룹은 월 이용자만 1억 명이 넘는다.
동남아 최대 쇼핑 서비스 쇼피(Shopee)를 운영하는 싱가포르 씨그룹도 올 들어 6개월에 걸쳐 7,000명 이상을 내친 것으로 전해진다. 동남아에서 가장 큰 중고거래 사이트 운영사 캐러셀도 최근 전체의 10% 정도인 110명 안팎의 직원을 내보낼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까지 초고속 성장을 해왔던 이들 업체가 극단적인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고 있는 것은 미국 빅테크들과 마찬가지로 사업 환경이 나빠진 탓이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유가 상승, 부품 공급난이 한꺼번에 겹치며 매출 성장세가 꺾여버린 것이다. 경기 악화는 팬데믹 기간 '집콕 수요' 증가에 힘입어 조직 규모를 키웠던 테크기업에 특히 타격을 주고 있다.
동남아 기업들의 잇단 비보는 감원 공포가 미국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미 신규 고용 축소 움직임이 일고 있는 한국 테크업계에도 더 큰 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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