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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숫자가 갑자기 절반이 됐어요

입력
2022.12.18 12:00
수정
2022.12.19 10:3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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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혁
서상혁아이엠디티 대표이사·VIP동물의료센터 원장

편집자주

동물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수의사이자 동물병원 그룹을 이끄는 경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동물과 사람의 더 나은 공존을 위해 지금 필요한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몇 명일까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022년 10월 기준 5,145만9,626명입니다. 국가의 모든 계획은 국민의 숫자로부터 출발합니다. 인구통계에 근거해 도시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설정하고 그에 따라 세금 정책을 수립합니다. 만약 5,000만 명이었던 인구가 올해 갑자기 3,000만 명이 된다면? 엄청난 혼란이 벌어질 게 자명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동물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2020년 통계청은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대한민국 반려동물 양육 가구 수를 313만 가구로 공표했습니다. 문제는 그로부터 몇 달 전 주무 부처인 농식품부가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 의식조사 결과를 토대로 양육 가구를 638만 가구로 발표했던 것입니다. 몇 달 만에 가족 절반이 사라진 셈이죠.

같은 해 발표된 조사에서 50% 오차가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간단합니다. 알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죠. 실제로 인구주택총조사에 반려동물 가구 수 집계가 들어가기 전까지 누구도 우리나라에 몇 가구나 반려동물을 양육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물론 현재도 정확히 몇 마리의 반려동물이 존재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양육 가구 숫자를 통해 어림짐작해 볼 뿐입니다.

국가가 전체 반려동물 숫자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숫자를 모르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느 지역에 어느 규모로 반려견 놀이터를 설치해야 하는지 알 수 없고, 동물병원이 어디에 필요한지도 알 수 없으며, 국가의 거시적 반려동물 전략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사람의 건강이 동물의 건강과 상호작용한다는 '원헬스' 개념으로 봐도 국가가 반려동물 숫자조차 파악할 수 없다면, 공중보건 정책 수립에 심각한 위험요소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국가는 동물등록제를 시행하였습니다. 본래 동물등록제는 반려견의 정보 등록을 통해 유기를 막고 정확한 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제도였습니다. 그러나 2014년 전국으로 확대 시행된 동물등록제는 홍보 부족으로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고 법적 의무화가 된 이후에도 지구촌 절대 다수 국가가 시행 중인 '내장형 등록 일원화'(신체에 해가 없는 작은 마이크로칩을 피부에 이식하는 방식)가 아닌 '외장형 등록'(칩을 이식한 외장형 목걸이 등을 다는 방식)까지 복수로 허용하면서 첫 단추를 잘못 끼우고 맙니다. 상대적으로 등록비용이 싸고 절차가 간편한 외장형 등록 방식에 많은 보호자가 몰린 것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외장형 등록은 모든 정보가 목걸이의 작은 칩 안에 든 탓에 반려견의 몸에서 목걸이만 분리하면 모든 정보가 날아가 버립니다. 동물을 유기한 보호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고 이미 유기돼 보호자가 없는 개도 여전히 통계에는 양육 중인 반려견으로 기록돼 버립니다. 실제로는 목걸이만 어딘가 떠돌고 있을 뿐인데 말이죠.

최근 여기저기서 반려동물 테마파크를 완공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동물에 관해 높아진 관심에 뿌듯하면서도, 해당 지역 반려동물이 얼마나 있는 줄도 모른 채 일단 삽부터 팠던 그곳의 미래에 걱정이 앞섭니다. 동물 복지를 증진하고 동물 산업을 키우고 국가 보건정책을 재점검하고, 다 좋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숫자가 필요합니다. 그것도 꽤 정확한 숫자가 말입니다. 잘못 끼워진 동물등록제 단추를 처음부터 다시 채우는 것, 대한민국 반려동물에 관한 모든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돼야 합니다.

서상혁 아이엠디티 대표이사·VIP동물의료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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