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2023년 정기 임원인사 단행
평균 연령 57세…외부 인재 수혈도
롯데그룹이 지난달 예정됐던 임원 인사를 3주가량 연기하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롯데건설 유동성 위기, 유통 계열사 실적 부진 등 그룹 전반을 뒤덮고 있는 먹구름을 걷어내기 위해 인사 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오랜 고민 끝에 한 선택은 주요 계열사 책임자를 바꾸는 인사 혁신이다.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돌이킬 수 없는 위기가 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내부 전문가들을 전략적으로 재배치하고 젊은 리더십을 보강하고 나섰다. 지난해에 이어 외부 인재를 수혈하면서 순혈주의를 끊어내는 결단도 눈에 띈다.
내부 인력 재배치…젊은 리더십·외부 인재 영입도
롯데그룹은 15일 롯데지주를 포함해 35개 계열사의 이사회를 열고 2023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먼저 핵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 중심으로 인력을 재배치했다. 롯데면세점과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는 내부 승진한 김주남 롯데면세점 한국사업본부장과 김재겸 롯데홈쇼핑 TV사업본부장이 맡는다. 지난달 롯데건설 대표이사가 된 박현철 사장은 자금난을 해결할 중책을 맡은 만큼 부회장으로 승진한다.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는 롯데그룹 호텔군 총괄대표와 롯데호텔 대표이사로, 남창희 롯데슈퍼 대표는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관심이 쏠렸던 신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는 한 단계 올랐다(상무보→상무).
최고경영자(CEO)의 전체 평균 연령은 57세로 지난해보다 한 살 젊어졌고, 사장 직급은 세 살가량 어려졌다. 이훈기(55)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 부사장이 사장 승진해 50대 사장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35년 이상 롯데에 몸담았던 송용덕 롯데지주 대표이사(부회장), 김현수 롯데렌탈 대표이사(사장)와 앞서 그만 둔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사장)는 용퇴한다.
외부 인재도 영입해 이창엽 전 LG생활건강 사업본부장이 롯데제과 대표이사로, 김혜주 신한은행 상무는 롯데멤버스 대표이사가 됐다. 그룹의 뿌리인 롯데제과에 외부 인사가 대표이사로 영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그룹, 지난해 이어 '쇄신' 택한 이유는
롯데그룹이 안정 대신 쇄신을 택한 이유는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롯데건설의 유동성 위기를 잠재우고 주요 계열사가 부진을 이겨내기 위한 계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롯데건설은 레고랜드 부도에 따라 단기자금 시장의 돈줄이 막히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롯데면세점과 롯데하이마트는 실적 하락으로 최근 희망 퇴직을 받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도 그룹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케미칼은 10월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53.3%를 2조7,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는데 잔금 납입 기간인 내년 2월까지 계약금으로 낸 2,700억 원을 뺀 나머지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롯데케미칼은 1조 원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체 마련하고, 나머지 금액은 외부에서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인사에는 이 같은 위기를 돌파하고 '새로운 롯데'를 세워야 한다는 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은 내부 회의에서 신사업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기존 사업의 턴어라운드를 실현하기 위한 해결책을 꾸준히 주문해왔다"며 "이번 인사는 '기존 사업의 변화와 혁신', '미래경쟁력 창출'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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