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체사업본부 없애고 발사체연구소 신설
고정환 본부장, 과기부에 사퇴서 제출
항우연 "사업 고도화에 따른 조직 효율화”
6월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한국을 세계 7번째 자력 실용위성 발사국 반열에 올린 주역 중 한 사람인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이 돌연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항우연이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본부를 해체하는 등 조직개편에 나서자, 본부장직을 던지며 개편에 반대한 것이다.
15일 항우연 등에 따르면 고 본부장은 지난 12일 소관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사퇴서를 제출했다. 고 본부장은 사퇴서에서 "(이번 조직개편으로) 발사체개발사업본부는 머리만 있고 수족은 모두 잘린 상태가 됐다"며 "이런 추진 체계로는 누리호 3차 발사, 사업체로의 기술이전 등 산적한 국가적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에 본인은 본부장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기 불가능하다고 판단돼 본부장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항우연은 최환석 부원장을 소장으로 하는 '발사체연구소'를 신설하고 그 아래에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단 △차세대발사체사업단 △소형발사체연구부 등을 두는 조직개편안을 내놓았다. 개편안에 따르면 현행 발사체개발사업본부 내 16개 팀은 폐지되는 수순을 밟는다. 발사체개발사업본부는 본부장 1명, 사무국 행정요원 5명만 남는 사실상 '유령 조직'이 된다. 기존 인원들은 발사연구소 등으로 재배치된다. 조직개편과 인사는 내년 1월 1일 자로 적용된다.
항우연은 이번 개편이 조직 효율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발사체 개발사업이 여러 개로 나뉘어 진행되는 만큼 △누리호 3~6차 발사 △100톤 액체로켓엔진 개발 등 업무별로 조직을 새로 짰다는 것이다. 항우연 관계자는 "제한적인 발사체 연구개발 인력으로 여러 연구개발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개편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 본부장은 이 같은 개편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타 부서에 적용되던 '팀 제 운영'이 발사체개발부서에도 적용되는 것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항우연은 자유로운 연구개발 등을 위해 2018년부터 팀 제를 폐지했지만 독립사업단 형태로 운영되던 발사체개발사업본부만은 이후에도 팀 제를 유지했다. '우주발사체 발사'라는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조직의 특성상 팀 제가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갈등은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발사체개발사업본부의 주요 사업이 마무리된 뒤 불거졌다. 이상률 원장은 새 우주개발사업을 중심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발사체개발사업본부에도 팀 제 폐지를 적용했다. 사정을 잘 아는 한 내부 관계자는 "발사체개발사업본부는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연구원들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열공정, 전기전자 등 하드웨어별로 팀을 꾸려 운영해왔다"며 "팀 제를 기반으로 임무 수행에 성공했는데도, 굳이 이를 바꾼다는 것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원장과 본부장 사이 갈등 중재에 나섰던 과기정통부는 고 본부장의 사퇴로 파장이 커지자 당황해 하는 모습이다. 과기정통부의 한 관계자는 "내년부터 큰 사업이 시작되는 만큼 갈등이 빨리 마무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