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통령 조사 여부에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국가정보원의 첩보 보고서 삭제 지시 의혹에 대해 "무단 삭제"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보안 유지를 위한 배포선(線) 조정'이라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들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 조사 여부에 대해선 "지금 말하긴 부적절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15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 측이 국정원 내 통신첩보 자료를 삭제 지시한 행위에 대해 "배포선 조정 차원에서 이뤄진 결정이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배포선 조정으로 10곳에 전한 기밀 정보를 7곳으로 제한하려고 했다면 이미 배포한 기밀을 삭제한 뒤 7곳에 다시 배포해야 하는데, 그런 정황과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 전 원장 등은 첩보 삭제 관련 의혹에 대해 '배포선 조정' 차원에 따른 결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무단 삭제가 아니라 민감한 정보가 일선 군부대까지 내려가는 걸 차단하려고 내린 합법적 조치였다는 것이다. 이들은 "보안 유지 노력을 두고 은폐로 몰아가는 것은 안보와 군사에 대한 기본 상식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서 전 실장과 박 전 원장은 2019년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피격된 뒤 자진 월북이 아니라는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실무진이 보안 유지 강조를 첩보 삭제로 이해하고 삭제했다"는 박 전 원장 측 주장에 대해서도 "국정원이 그렇게 허술한 조직이 아니다"며 일축했다. 실무자들이 임의로 내부 보고서를 삭제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박 전 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청와대 행정관과 국방부 실무자 사이의 논의로 첩보가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검찰은 박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 중이다. 검찰은 박 전 원장을 끝으로 문재인 정부 대북 안보라인 핵심 인사에 대한 조사를 모두 마무리했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 직접 조사 여부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는 이원석 검찰총장의 말로 입장을 대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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