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국교위원 "이배용 위원장, 추가 토론 요구 무시하고 의결 강행"
전교조 "합의 과정 요식행위로 전락… 정권 거수기 불과" 비판
"충분한 토론 없는 졸속 심의로 쟁점을 해소하지 못한 채 교육부 심의본을 유지하도록 일방적 강행 처리했다."(정대화 상임위원 등 국가교육위원회 위원 5명)
"사회적 합의를 하라고 만든 국가교육위원회가 정부 쪽에 치우친 수적 우위로 표결을 밀어붙였다."(김용신 정의당 정책위원회 의장)
14일 밤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자유민주주의' 표현을 추가하고 '성평등'을 삭제한 교육부의 새 교육과정 심의안을 큰 틀을 유지한 채 의결한 것을 두고 15일 교육계에서 강한 비판이 쏟아졌다. '사회적 합의기구'라는 설립 취지가 사라지고, 정부의 입맛에 맞는 교육과정을 다수결로 밀어붙여 통과시키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이날 정대화 상임위원을 비롯해 김석준, 이승재, 장석웅, 전은영 위원 등 야당 성향의 국교위원들은 입장문을 통해 "14일 열린 국교위 전체회의에서 이배용 위원장은 추가 토론이 필요하다는 위원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일방적 강행 처리를 시도했다"며 "정상적인 심의와 의결이 어렵다고 판단한 일부 위원들은 회의장에서 퇴장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교육부가 연구진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유민주주의'와 '민주주의'를 혼용해 기술했고, 보편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성소수자' 표현을 삭제하는 등 규정된 역할을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일부 교원노조는 교육과정 심의 과정이 위법했다며 장상윤 교육부 차관을 고발하기도 했다.
전교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국교위는 사회적 합의는커녕 국교위원 안에서의 합의도 이루지 못한 채 의결을 강행했다"며 "백년대계 교육과정을 논의해야 하는 국교위가 정권의 거수기를 자처하며 교육과정 논의를 요식행위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전국시도교육감 대표 국교위원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생태전환의 비전, 성평등과 성소수자 문제, 민주주의의 다양성 등 미래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역량과 가치를 개정 교육과정에 담지 못했고, 여러 쟁점들이 충분히 토론되지 못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사회적 합의기구를 표방한 국교위가 첫 결정부터 충분한 토론을 거치지 못한 채 보수 성향 위원들이 수적 우세를 앞세워 의결을 강행하면서, 향후 진행될 논의에서도 큰 갈등이 예상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국교위는 전문가 의견을 듣고 충분히 토론해 합의된 결정을 내리는 식으로 가야 하는데, 전체회의에서 다수결로 가결하는 식이면 곤란하다"며 "이렇게 되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오락가락하는 폐해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