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출신 일당 12명 검거, 6명 구속
전쟁 파견 의사·군인 등 사칭 37억 가로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친분을 쌓은 뒤 상대방에게 돈을 뜯어내는, 이른바 ‘로맨스스캠(Romance Scam)’ 사기로 국내에서 수억 원을 가로챈 외국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번엔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견된 군인, 의사 등을 사칭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국제범죄수사계는 로맨스스캠 조직 외국인 국내 총책 등 12명을 사기 등 혐의로 검거해 6명을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1년간 군인, 의사, 유엔ㆍ환경단체ㆍ선박회사 직원 등 다양한 전문직 종사자를 사칭한 후 “정부 포상금 및 보상금을 한국에 보내려는데 통관비, 택배비가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적게는 100만 원, 많게는 수억 원을 송금 받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파악된 피해자만 31명, 피해 규모는 37억 원에 이른다.
피해자 대부분은 중ㆍ장년층이었다. 이들은 평소 접해보지 못한 우크라이나ㆍ이라크 전쟁 등 국제정세를 주제로 외국인과 대화한다는 신기함에 이끌려 거액을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인들은 전쟁에 파견된 미국 국적 군인, 의사로 포장하기도 했다.
사기 일당은 거의 아프리카계 외국인으로, 피해자와 연락하는 해외총책, 인출책을 관리하는 국내 총책 등 점조직으로 역할을 분담해 조직을 운영했다. 피의자들은 경찰 수사에 대비해 현금 인출 후 공범끼리 나눈 SNS 대화 내역을 삭제하고 돈을 빼낼 때 입은 옷까지 폐기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했다. 특히 지금까지 로맨스스캠 범죄자들이 나이지리아, 라이베이라 국적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 사건에서는 인근 기니, 말리 국적 출신도 포함돼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SNS에서 무분별한 친구 추가를 자제하고 상대방이 제시하는 각종 증명서도 대부분 위조됐을 가능성이 큰 만큼 금전 요구 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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