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시멘트 벽면에 16차례 내리쳐 잔혹하게 살해한 범인이 1심에서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창원지방법원 형사5단독(부장 김민정)은 16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A씨는 지난 1월, 경남 창원시의 한 음식점에서 기르던 고양이 ‘두부’의 꼬리를 잡아 수차례 벽에 내리쳐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 사건은 처음 알려졌을 당시 수많은 시민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범행의 잔혹성에 분노한 20만여 명의 시민들은 당시 문재인 정부가 운영하던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엄벌을 요구했습니다.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표 역시 국민청원 게시글을 공유하며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잔인한 범행을 보고 참혹한 마음에 잠시 말을 잃었다"며 경찰의 적극적인 수사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김종훈 당시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을 통해 “재판을 통해 강화된 동물보호법에 따라 합당한 처벌을 받기 바란다”고 답변하기도 했습니다.
A씨의 잔혹한 범행은 법정에서도 확인됐습니다. 지난달 4일 열린 2차 공판에서는 범행 장면이 찍힌 영상이 법정에서 재생됐습니다. 사건 현장 인근에 주차된 차량 블랙박스와 방범 CCTV에 담긴 범행 영상은 매우 끔찍했습니다. A씨는 두부에게 다가간 뒤 곧바로 꼬리를 잡고 들어 올려 시멘트 벽면에 내리쳤습니다. 고양이가 저항하지 못한 채 축 늘어진 상황에서도 그는 16차례에 걸쳐 범행을 지속했습니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1년형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검찰은 “평소 고양이 울음소리로 수면을 방해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잘못 없고 반항할 힘없는 고양이를 16회 내리쳐 살해한 피고인의 죄질이 불량하고 범행 수법이 잔인하다”며 “식당 주인, 동물단체 및 시민들의 엄벌 탄원 요청으로 범행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A씨의 변호인은 “큰 잘못을 했지만 불면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이성을 잃어서 우발적으로 일으킨 범행이라는 점, 통제력이 부족한 20대 청년인 점, 평생 반성하겠다는 점 등을 고려해 최대한 선처해달라”고 변론했습니다. 법정에 출석한 A씨 역시 "죄송하고 깊게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건을 공론화했던 동물권행동 ‘카라’는 "A씨의 행위는 치명상을 입어 방어능력을 상실한 고양이에게 가해를 지속하는 속칭 '오버킬' 행위"라며 "고양이 울음소리로 인한 스트레스라는 변론 역시 가해자들의 전형적인 행위 정당화"라며 법원이 A씨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우발적 범행이라는 변호인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잔혹한 범행인 만큼 엄벌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A씨가 초범인 점,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동종전과 기록이 없다는 점을 참작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카라 최민경 정책행동팀장은 판결 직후 동그람이와의 통화에서 “최근 동물학대 사건에 대해 법원이 엄중한 판결을 내렸던 만큼, 이번 사건에도 기대하는 점이 많았는데 판결이 이렇게 나와 믿기가 어렵다”며 “이곳에 함께 온 다른 시민들 역시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듯하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습니다. 최 팀장은 “다른 판결에 비해 이번 사건의 잔혹성이 그렇게 떨어진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에 항소를 촉구하도록 대화해 볼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그는 "사건마다 판결이 이렇게 예측 불가능한 것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며 "양형기준 마련 등 다양한 활동으로 법원이 바뀌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두부 보호자 B씨 또한 법정에 참석했습니다. 그는 검찰이 A씨를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하지 않아 법정에서 피해자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두부가 목숨을 잃을 때까지 운영하던 식당에서 두부를 돌보고 있었습니다. B씨는 동그람이에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해 안타깝지만, 그래도 범인이 응당한 처벌을 받을 거라고 기대했다”며 실망스러운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작년 이맘때쯤이 두부가 우리 가족에게 왔을 때라 두부 생각이 더 많이 난다”며 “이런 판결이라면 두부처럼 억울하게 목숨을 잃을 동물들이 더 나올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범인을 향한 항소심이 열릴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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