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기자회 “권위주의 국가 점점 더 대담”
기자 가장 많이 가둔 나라는 중국·미얀마·이란
독재와 권위주의 정권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취재하거나 정부를 비판하다가 구금된 전 세계 언론인이 533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가장 많은 수준이다. 100명 넘는 기자를 감옥에 가두며 입을 노골적으로 틀어막은 세계 최대 ‘언론 탄압국’은 중국으로 드러났다.
14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국제 언론자유 감시단체 국경없는기자회(RSF)는 이날 내놓은 연례 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에서 보도 업무를 이유로 구금된 사람(12월 1일 기준)이 533명이라고 밝혔다. 지난해(470명)보다 63명(13.4%) 늘어난 것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현재 구금된 언론인의 4분의 1 이상은 올해 구금됐다. 올해 보도 업무 수행 중 숨진 언론인도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지난해 48명에서 57명으로 늘었다. RSF는 “권위주의 정권들이 권력에 방해가 되는 언론인을 점점 더 대담하게 구금하고 있고 대부분 법정에 세우지도 않고 구금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구금된 언론인 가운데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나머지 3분의 2는 재판 없이 구금돼 있고 일부 언론인은 20년 이상 구금 상태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는 게 RSF의 설명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기자들이 옥살이를 하고 있는 곳은 중국이다. 홍콩을 포함해 110명이 수감돼 있다. 홍콩 ‘모닝벨프레스’ 야오 웬티안(82) 수석 편집장의 경우 2014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비판적 내용이 담긴 서적을 출판하려다 체포된 뒤 10년형을 선고 받았다. 고령인데다 뇌졸중, 천식에 시달려 가석방을 요청했지만 8년째 번번히 거부당하고 있다. RSF는 “중국은 검열과 감시가 극심한 수준에 달했다”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언론인이 갇혀 있는 나라”라고 밝혔다.
중국의 뒤는 미얀마(62명)가 잇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지난해 2월 군부 쿠데타 이후 저널리즘 자체가 사실상 범죄행위가 된 상태다. 지난해 BBC미디어액션 소속 프리랜서 제작자 텟 텟 카인과 미얀마의 유명 칼럼니스트 시투 아웅 민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취재하고 민주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를 지원한 혐의로 붙잡혔다.
9월 이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이란에선 두 달 만에 기자 47명이 구금됐다. 이 가운데 18명은 여성 언론인이다. ‘히잡 의문사’를 최초 보도한 닐루파르 하메디와 엘라헤 모하메디가 대표적이다. 베트남(39명) 벨라루스(31명)에서도 정부의 언론 탄압이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에서도 사실상 모든 독립 언론이 금지된 상태다. 현재 우크라이나 출신 언론인 8명을 포함해 18명의 언론인이 러시아 감옥에 구금 돼있다.
국제기자연맹(IFJ)도 이에 앞서 지난 9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전 세계에서 지난해보다 40% 이상 많은 67명의 언론인이 취재·보도 업무 중 숨졌고 375명이 투옥됐다고 밝혔다. IFJ는 올해 순직 언론인은 지난해 47명보다 43% 증가했고 투옥 언론인도 635명에서 375명으로 늘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아이티의 정치사회 불안 사태, 멕시코 범죄조직 폭력 등을 언론인 순직 증가 요인으로 꼽았다. IFJ는 각국 정부에 언론인 보호와 언론 자유 보장을 위해 더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경우 언론 탄압을 더욱 대담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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