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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서 열린 '고연전·연고전'?…고대 페스츄리·연세우유빵 개발자들 "승부처는 토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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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서 열린 '고연전·연고전'?…고대 페스츄리·연세우유빵 개발자들 "승부처는 토핑이었다"

입력
2022.12.24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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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우유빵·고대 페스츄리 MD 2명
두 상품 개발 과정과 인기비결 보니
토핑 강조…상품의 본질 '맛'에 집중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지난달 30일 출시한 '고대1905 사과잼 페스츄리'(고대 페스츄리·왼쪽)와 1월 출시한 '연세우유 생크림빵'(연세우유빵)의 제품 이미지. BGF리테일 제공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지난달 30일 출시한 '고대1905 사과잼 페스츄리'(고대 페스츄리·왼쪽)와 1월 출시한 '연세우유 생크림빵'(연세우유빵)의 제품 이미지. BGF리테일 제공


편의점 CU 매대에서 때 아닌 '고연전·연고전'이 벌어졌다. 올해 편의점 최고 히트작인 '연세우유 생크림빵'(연세우유빵)과 1일 첫선을 보인 '고대1905 사과잼 페스츄리'(고대 페스츄리)가 한 진열대에 나란히 자리 잡으면서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연세우유와 손잡고 1월 선보인 연세우유빵은 누적 판매량 1,900만 개가 넘게 팔리며 올해 CU 디저트 전체 매출을 110% 이상 끌어올렸다. 이달 CU의 디저트 판매량 1위도 연세우유빵이다. 고대 페스츄리는 출시 2주 만에 15만 개 가까이 나가 판매량 3위를 기록했다. 연세우유빵 때와 비교하면 두 배 빠른 속도다.

서울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에서 최근 만난 박민수·김소연 CU 스낵식품팀 상품기획자(MD)는 "두 학교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부담스러워했지만, 신제품 고대 페스츄리에 대한 뜨거운 호응은 내심 반기는 눈치였다. 두 사람은 연세우유빵과 고대 페스츄리를 개발한 핵심 인력이다. 이들은 두 상품의 인기 비결을 "캐릭터나 굿즈 없이 빵의 기본인 맛과 품질에 충실한 것이 소비자들의 마음과 입을 움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장님까지 팔 걷어붙였다…고대 페스츄리 개발 과정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박민수(왼쪽), 김소연 상품기획자(MD)가 8일 서울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에서 히트상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박민수(왼쪽), 김소연 상품기획자(MD)가 8일 서울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에서 히트상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고대 페스츄리는 일반 기업과 협업하는 기존 상품과 달리, 대학교와 손잡아야 하는 점 때문에 기획 과정부터 훨씬 까다로웠다고 한다. 학교 이미지가 깎이지 않도록 품질은 전문 베이커리 수준으로 높이면서도 그렇다고 너무 상업적으로 비춰질 요소도 덜어내야 했다.

고려대와 합동 작전을 성사시키기 위해 이건준 BGF리테일 사장까지 직접 나섰다. 고려대 81학번인 그는 학교에 찾아가 관계자를 설득했고, 이후 직원들이 여러 차례 설명하고 다양한 시제품을 가지고 품평회를 진행하면서 학교 관계자의 마음을 열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고대 페스츄리는 잼 안에 있는 사과 조각의 식감을 살리는 데 각별히 신경 썼다. 박민수 MD는 "시중의 일반 잼과 다른 독창적 맛을 원했다"며 "사과 조각이 씹히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졸이는 시간까지 여러 단계로 조절해 가며 딱 맞는 식감을 찾으려 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연세우유빵이 풍성한 크림으로 인기를 끈 것처럼 고대 페스츄리도 사과잼 중량을 늘려 시각적 효과를 주고자 했다.



연세우유빵, 크림 양의 비결은…"5g씩 늘려 수차례 테스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해시태그(#) '반갈샷', '연세우유빵'을 검색하면 나오는 인증샷들. 반을 갈라 속을 보여주는 인증샷이 유행하면서 연세우유빵 매출도 급격히 늘었다. SNS 화면 캡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해시태그(#) '반갈샷', '연세우유빵'을 검색하면 나오는 인증샷들. 반을 갈라 속을 보여주는 인증샷이 유행하면서 연세우유빵 매출도 급격히 늘었다. SNS 화면 캡처


고대 페스츄리가 연세우유빵의 흥행을 계기로 탄생했다면, 연세우유빵은 '왜 편의점에서는 크림빵이 잘 안 팔릴까' 하는 근본 고민에서 출발했다. 머지않아 "크림빵은 삼각김밥, 도시락 옆에 놓여 있어 상대적으로 고객 눈에 띄기 쉽지 않다"(김 MD)는 생각에 미쳤다. 식사대용 음식을 찾으려 편의점을 찾는 고객이 많다 보니 디저트로 먹는 크림빵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편의점 빵은 뭔가 아쉽다는 편견도 깨야 했다. 연세우유빵의 크림 양을 기존 빵의 두 배인 75~80g로, 전체 중량은 2배인 150g으로 늘린 이유다.

그렇다고 크림 양을 한없이 늘릴 수도 없었다. 크림 때문에 빵이 퍼지거나 찢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다. 김 MD는 "5g 단위로 크림 양을 늘려 여러 샘플을 만들고 반을 갈라 속을 들여다보는 식으로 테스트를 반복했다"며 "내용물은 풍성하면서 빵의 모양도 살아 있어야 해 적절한 선을 찾는 게 중요했다"고 했다.

특히 오랫동안 냉장 보관해도 촉촉하게 먹을 수 있는 이유는 빵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박 MD는 "빵을 냉장고에 오래 넣어 두면 뻣뻣해지고 맛이 없어진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적당한 원료 함량을 찾아내느라 6개월이 걸렸다"고 말했다.

연세우유빵과 고대 페스츄리는 패키지도 남다르다. 편의점 빵은 투명한 봉지로 제품 속을 드러내는 게 일반적인데 두 상품은 불투명 포장지를 쓰고 사진 이미지로 빵 속 토핑을 두드러져 보이게 했다. 앞면을 가린 것이 오히려 더 깨끗하고 신선한 이미지를 줬다는 설명이다. 고대 페스츄리는 대학생들이 즐겨 입는 과 잠바의 디자인을 차용하고 제품 이름도 학교 설립연도에서 따온 '고대1905'를 적용해 대학 분위기를 물씬 살렸다.

초코크림빵, 옥수수크림빵 등 추가 시리즈가 나온 연세우유빵처럼, 고대 페스츄리도 조만간 추가 상품을 출시한다. 이번엔 사과잼이 아닌 다른 종류의 잼을 적용할 계획이다. 김 MD는 "앞으로 나올 제품은 토핑을 더 강조할 예정"이라며 "합리적인 가격에 품질 좋은 상품으로 편의점 빵의 수준을 더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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