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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시티 선도 세종시, 자율차 인프라도 '한발 더'

입력
2022.12.14 17:11
수정
2022.12.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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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주소 기반 실내 자율주차 실증행사
GPS 신호 없는 지하에서도 '척척' 주차

행정안전부, 세종시 관계자들이 14일 세종시 나성동 환승주차장 지하1층에서 열린 자율주행차 발렛 주차 및 자율주행로봇 충전 서비스 실증 행사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정민승 기자

행정안전부, 세종시 관계자들이 14일 세종시 나성동 환승주차장 지하1층에서 열린 자율주행차 발렛 주차 및 자율주행로봇 충전 서비스 실증 행사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정민승 기자

2027년 1월 어느날, 세종시 번화가의 한 빌딩. 이곳 1층 식당에 점심 식사를 하러 온 A씨의 발걸음이 여유롭다. 예전 같으면 지하주차장 빈 자리를 찾아 주차하느라 족히 5분은 더 걸렸을 터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달랐다. A씨는 주차장 입구에서 내린 뒤 휴대폰 앱으로 자율주행차에 '발렛 주차'를 명령한 뒤 식당으로 이동했다. 주인이 떠난 승용차는 위치추적장치(GPS) 신호가 잡히지 않는 지하주차장인데도 스스로 알아서 빈 자리에 주차했다. 식당에 들어선 A씨의 휴대폰엔 '주차 완료'라는 문자 메시지가 떴다. 뿐만 아니다. A씨는 점심이 끝난 뒤 휴대폰 앱으로 차량에 '픽업(승차) 호출'을 하고 지하주차장으로 이동하자, 주차장 엘리베이터 앞으로 자신의 자율주행차가 스르르 와서 멈춰 섰다.

앞으로 5년 후쯤 실용화할 사물 주소 기반 자율주행차 기술이다. GPS 신호가 닿지 않는 지하주차장에서도 차량이 스스로 주차하고, 다시 승차 위치로 이동하는 게 핵심. 14일 세종시 나성동 환승주차장에선 이를 실증하는 행사가 열렸다.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스마트도시 체계를 갖고 있는 세종시는 자율주행차 인프라에서도 한발 더 내딛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행안부 관계자는 "GPS 신호를 이용한 좌표가 아닌 사물 주소 기반의 이동 및 주차 기술을 개발했고, 오늘 그 기술 실증 작업이 세종에서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며 "사물주소를 바탕으로 다양한 기술과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단초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14일 세종시 나성동 환승주차장 지하1층에서 열린 자율주행차 발렛 주차 실증 행사에서 자율주행차량이 외부의 앱을 통해 전달된 명령에 따라 발렛 주차를 하고 있다. 현행법상 자율주행차는 보조요원이 탑승한 상황에서 주행할 수 있다. 조수석에 앉은 보조요원이 왼손으로 잡은 봉은 차량 브레이크와 연결된 것으로, 긴급 상황 발생 시 사용한다. 정민승 기자

14일 세종시 나성동 환승주차장 지하1층에서 열린 자율주행차 발렛 주차 실증 행사에서 자율주행차량이 외부의 앱을 통해 전달된 명령에 따라 발렛 주차를 하고 있다. 현행법상 자율주행차는 보조요원이 탑승한 상황에서 주행할 수 있다. 조수석에 앉은 보조요원이 왼손으로 잡은 봉은 차량 브레이크와 연결된 것으로, 긴급 상황 발생 시 사용한다. 정민승 기자

이날 실증 행사에서는 명령을 받은 자율주행 차량이 지하주차장 엘리베이터 앞 승하차 존에서 빈 자리를 찾아 주차하고, 다시 호출 명령을 받아 승하차 구역으로 돌아오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하주차장 곳곳에 설치된 비콘(신호발신기)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한 차량이 목적지 주차면으로 이동하는 기술은 세계에서 처음 공개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사물(주차면)에 주소를 부여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앞선 행정”이라며 “오늘 기술 실증도 이 체계 덕분에 가능 했던 만큼, 지하 공간에서의 자율주행차의 이동과 발렛 주차도 세계 처음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GPS 신호가 잡히는 지상의 옥외 주차장에서의 자율주차는 국내에서도 2년 전에 개발, 실증을 마친 바 있다.

자율주행차의 발렛 주차 기술은 독일이 가장 앞선다. 이용할 수 있는 차량이 '인텔리전트 파크 파일럿' 기능이 탑재된 벤츠 S클래스 EQS 모델로 제한되기는 했지만, 독일연방도로교통청(KBA)은 지난달 슈투트가르트공항 제6주차장(실내)에 대해 무인 주차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독일은 좌표를 기반으로 하고,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하는 고가의 장비를 탑재한 덕분에 가능한 자율주차"라며 "우리 기술 모델은 웬만한 수준의 사양만 갖춰도 자율 주차가 가능한 점이 큰 차이"라고 말했다.

문철 한국교통대 교수가 14일 세종시 나성동 환승주차장 지하1층에서 열린 자율주행차 발렛 주차 및 자율주행로봇 충전 서비스 실증 행사에 앞서 관련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정민승 기자

문철 한국교통대 교수가 14일 세종시 나성동 환승주차장 지하1층에서 열린 자율주행차 발렛 주차 및 자율주행로봇 충전 서비스 실증 행사에 앞서 관련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정민승 기자

정부는 이번 실증 과정에서 선보인 지하주차장 사물 주소 모델을 전국으로 확대해 자율주행차 시대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사물 주소는 기존 도로명 주소(세종시 나성남로 7-7) 뒤에 ‘지하1층 1호’, ‘지하2층 2호’식으로 부여하고, 로봇, 자동차 등 각종 자율이동 장치들이 지하 공간을 읽을 수 있도록 ‘비콘 송신기’ 설치 작업으로 완성된다. 각 사물에 주소를 부여하는 데에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고, 이날 실증이 진행된 지하 2개 층, 274면 규모의 환승주차장에 설치되는 비콘 송신기는 32대로, 약 500만 원의 비용이 든다. 행안부는 "1대당 16만 원의 송신기 유지ㆍ관리 비용은 거의 들지 않는다"며 "가격도 앞으로 크게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기도 전에 각국이 자율주행차의 발렛 주차 시스템 개발에 열을 올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주차장 빈자리를 찾아 주차하는 데 많은 애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3대 전략컨설팅 회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사람들이 자율주행차 사용을 희망하는 가장 큰 이유로 자율 발렛 주차 서비스를 꼽았다.

조수창 세종시 시민안전실장은 "자율주행과 자율주차가 만들어 내는 사회적, 경제적 가치는 어마어마하다"며 "세종에서 더 많은 실험과 시도가 이어져 대한민국 전체의 발전과 변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문철 한국교통대 교수는 "독일 공항의 세계최초의 무인 주차 시스템은 적극적인 규제 완화의 산물"이라며 "사물 주소 부여와 같은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지만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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