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끌려가던 여성 도망치다 사망…가해자 항소심서 절반 감형

"직접 폭력 아닌 도망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점 등 참작"

게티이미지뱅크

술 취한 여성을 강제로 모텔에 끌고 가려다 계단에 넘어져 숨지게 한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형량이 절반으로 줄었다.

부산고법 울산재판부 형사1부(부장 박해빈)는 14일 강간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A(43)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이던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4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제한 5년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운영하는 울산의 한 스크린골프장으로 여성 고객 B씨를 불러내 함께 술을 마셨다. 이후 B씨가 취하자 택시를 타고 모텔로 이동했다. B씨는 모텔 입구에서 문을 잡고 버티며 거부했고, A씨가 모텔비를 계산하는 사이 도망치다 계단에서 굴러 머리를 크게 다쳤다. 뇌사상태에 빠진 B씨는 사고 26일 만에 숨졌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1심에서 합의 하의 성관계를 하려다 사고가 났다며 혐의 일부를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10년을 선고했고, A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소중한 생명을 잃고, 유족들은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면서도 “피해자의 사망이 피고인의 직접적 폭력이 아닌 도망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점, 유족들과 합의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감형 이유를 밝혔다.

울산= 박은경 기자 chang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