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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는 원래 코믹 액션물”… 지천명 데뷔 감독의 진심이 빚은 흥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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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는 원래 코믹 액션물”… 지천명 데뷔 감독의 진심이 빚은 흥행

입력
2022.12.15 04: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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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만 관객 모은 안태진 감독

안태진 감독은 “‘올빼미’ 흥행을 계기로 국내 사극 제작이 활성화됐으면 좋겠다”며 “대한민국이 문화 강국이 됐는데 사극 명맥이 끊긴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NEW 제공

안태진 감독은 “‘올빼미’ 흥행을 계기로 국내 사극 제작이 활성화됐으면 좋겠다”며 “대한민국이 문화 강국이 됐는데 사극 명맥이 끊긴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NEW 제공

신예들의 선전. 올해 영화계 특징 중 하나다. ‘범죄도시2’의 이상용 감독, ‘헌트’의 이정재 감독이 데뷔작으로 침몰 위기 극장가에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시기 또 다른 신인감독이 흥행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13일까지 관객 265만 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을 모은 ‘올빼미’의 안태진 감독이다. 지난 12일 서울 학동로 투자배급사 NEW 사옥에서 안 감독을 만나 영화 제작 뒷이야기를 들었다.

‘올빼미’는 조선 인조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맹인 침술사 경수(류준열)가 궁에 들어갔다가 궁중암투에 휘말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과정을 다룬다. 빛이 없으면 시력이 회복되는 주맹증 경수가 한밤 소현세자(김성철)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빚어지는 서스펜스가 흥행 요인이다. 역사를 바탕으로 장르적 상상을 펼쳐낸 점이 주효했다.

‘올빼미’는 원래 코믹 액션물이었다. 주맹증 악사가 궁에 들어갔다가 겪는 일을 그렸다. 안 감독은 연출 의뢰를 받고선 “딱 스릴러 소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보이고 안 보이고의 차이에 따라 서스펜스가 만들어지는 게 머릿속에 바로 그려졌다”며 “사실을 바탕으로 한 스릴러를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덧붙였다.

안 감독은 “주맹증 주인공이 궁에서 정치적 사건을 목격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뭐가 알맞을까 검토하다가 소현세자의 죽음이 가장 눈에 띄었다.” 안 감독은 “조선실록에 소현세자가 독살된 것처럼 죽었다는 문구가 있었는데 이걸 기록한 사람은 왜 굳이 이런 내용을 남겼을까 의문이 생겨 이야기를 만들게 됐다”고 돌아봤다. 인조에 대한 실록을 읽는 등 자료를 찾으며 보다 많은 내용을 알게 됐다. “인조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침을 자주 맞았다는 기록”을 찾기도 했다. 평민으로서 왕 가까이 갈 수 있는 침술사 경수가 탄생한 배경이다.

'올빼미'는 컴컴한 밤에만 앞이 보이는 침술사가 소현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후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그렸다. NEW 제공

'올빼미'는 컴컴한 밤에만 앞이 보이는 침술사가 소현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후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그렸다. NEW 제공

‘올빼미’는 여러 면에서 전복적이다. 캐스팅부터가 관객의 허를 찌른다. 왕과는 거리가 한참 멀었던 유해진이 인조를 연기하며 처음 왕좌에 앉았다. 발랄하고 자기 의견이 뚜렷한 인물을 주로 연기한 류준열이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경수를 맡았다. 안 감독은 “류준열이 경수 역할을 의외로 잘 해내리라는 직관이 있었다”고 했다. 출연 제안을 했으나 ‘외계+인’ 촬영을 1년 내내 할 예정이라 마음을 접었다. 다른 배우들과 접촉하다 1년이 지났고 결국 류준열과 함께 일하게 됐다. 유해진과는 ‘왕의 남자’(2005) 연출부에 있을 때 인연을 맺었다. 안 감독은 “유해진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왕이 나오리라 생각했다”며 “정말 영화 속 인조와 찰떡이었다”고 말했다.

가장 공을 들인 장면은 경수가 소현세자의 죽음을 목격하는 대목이다. 안 감독은 “이 장면으로 관객의 마음을 잡아당기지 못하면” 영화는 별 매력이 없으리라 봤다. “시나리오 쓸 때는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져 막힘 없이 술술 풀렸던 장면”이나 “촬영장에서는 쉽게 찍히지 않았다”. “진땀 흘리면서 촬영했고 유일하게 재촬영한 장면”이었다. 안 감독은 “개봉 전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가장 조마조마해했던 부분”이라고 했다.

안 감독은 “중3 때 ‘백 투 더 퓨처’(1985)를 본 후 감독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2년 정도 정보통신 회사를 다니다가 30대 초반 영화계에 입문했다. ‘달마야, 서울 가자’(2004)와 ‘왕의 남자’ 연출부로 일한 후 시나리오를 쓰며 감독 데뷔를 준비해 왔다. 3, 4편 정도 제작이 추진되다 중단됐고 세월은 속절없이 흘렀다. 어느덧 50세. 15세 때 품은 꿈이 이뤄지기까지 35년이 걸렸다. “개봉 후 7번을 극장 가서 봤는데 잘한 점은 없고 자꾸 구멍들만 보여요. 일단 손익분기점(210만 명)을 넘었다는 게 너무 감사합니다. 여럿이 몇 년 동안 만든 영화 내용이 관객들에게 잘 전해졌다는 사실이 잘 믿기지 않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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