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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결혼' 미국 모든 주에서 인정..."보수 대법원도 취소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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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결혼' 미국 모든 주에서 인정..."보수 대법원도 취소 못 한다"

입력
2022.12.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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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결혼존중법' 서명
'동성혼 권리' 성문화로 대법원도 무력화 못 해
성소수자에 공감하는 공화당 의원 등이 '찬성'해 가능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 마당 사우스론에서 '결혼존중법'에 서명한 후 기뻐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 마당 사우스론에서 '결혼존중법'에 서명한 후 기뻐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미국이 동성 결혼을 성문화한 나라가 됐다. 동성 간 결혼의 효력은 미 전역에 뻗치고, 동성 부부도 이성 부부와 동등한 법적 혜택을 누리게 된다. 보수 우위의 미 연방대법원도 이제 이를 되돌릴 수 없게 됐다.

동성 결혼 인정은 "모두를 위한 평등"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백악관 마당인 사우스론에서 동성 결혼의 효력을 전국적으로 인정하는 '결혼존중법'에 서명했다. '결혼 평등'의 정의와 범위를 놓고 수십 년간 이어진 미국 내 갈등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결혼은 '누구를 사랑하느냐', '사랑하는 사람에게 충실할 것인가'의 문제이지 그보다 복잡한 게 아니다"라며 "이 법은 모든 사람이 정부의 방해 없이 이런 질문에 답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모두를 위한 평등과 자유, 정의를 향해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자축했다.

법안에 따라 동성 결혼을 허용하지 않는 주라도 다른 주에서 이뤄진 동성 결혼은 인정해야 한다. 모든 주에서 동성 결혼 합법화를 강제하진 않지만, 미 전역에서 그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성 커플에 준하는 연방 정부의 복지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현재 미 50개 주 가운데 32개 주는 동성 결혼을 금지하고 있다. 동성 커플로 이뤄진 가구 수는 120만 가구에 달한다.

앞서 법안은 동성 결혼에 부정적인 공화당 의원 일부의 지지를 받고 상·하원을 차례로 통과했다. 민주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하원과 달리 상원 통과 여부가 주효했다. 상원에선 필리버스터를 뚫고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6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때 공화당 의원 12명이 찬성편에 서면서 찬성 61대 반대 36으로 '마의 60표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었다.

공화당 상원의원으로 처음 동성 결혼을 지지했던 롭 포트먼 의원 등의 역할이 컸다. 2013년 자신의 아들이 게이라고 밝힌 포트먼 의원은 '결혼존중법'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해당 법이 어떻게 전국적으로 초당적 지지를 얻었는지 그를 보면 알 수 있다"며 "한때 추상적으로 동성 결혼에 반대했던 많은 이들이 성소수자인 친척이나 친한 친구 때문에 견해를 바꿨다"고 전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미트 롬니 상원의원도 신앙에 따라 찬성표를 던졌다. 그가 믿고 있는 모르몬교가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법안에 지지를 표하면서다.

여론의 강력한 지지도 뒷받침됐다. 결혼을 '남성과 여성 간 결합'으로 정의한 '결혼보호법'이 제정됐던 1996년만 해도 미국 내 동성 결혼 지지율은 27%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7명(71%)이 동성 결혼 합법화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현지시간) 동성 결혼을 지지하는 시민 수백 명이 백악관 마당 사우스론에 모여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동성 결혼을 지지하는 시민 수백 명이 백악관 마당 사우스론에 모여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대법원도 무력화 못 해...바이든 정치적 승리

바이든의 법안 서명으로 이제 대법원도 '동성 결혼' 합법화를 무력화할 수 없게 됐다. 당초 미국에서 동성 결혼은 2015년 '오베르게펠 대(對) 호지' 판결로 합법화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6월 연방대법원이 기존 판례를 뒤집어 임신중지(낙태)권을 폐기한 것처럼 동성 결혼 권리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이번 법안은 동성혼을 성문화함으로써 그 가능성의 싹을 잘라버렸다.

동성결혼 합법화는 바이든의 정치적 승리라는 평가도 나온다.

원래 가톨릭 신자인 바이든 대통령은 1996년 상원의원으로서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결혼보호법'에 서명한 바 있다. 하지만 2012년 부통령이던 그는 생방송 인터뷰 도중 동성 결혼을 공개 지지해 미국을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재선을 앞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마저 반대 여론을 의식해 동성 결혼에 대한 유보적 입장을 고수하던 차 나온 발언이라 더 그랬다. 결국 오바마 전 대통령의 동성 결혼 지지 선언으로 이어졌다.

정치 전문 저널리스트 사샤 아이센버그는 "그 단 한번의 인터뷰가 바이든이 정치인으로서 발돋움하는 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미 CNN방송도 "당시 발언은 동성 결혼에 반대표를 던졌던 한 상원의원의 놀라운 개인적 발전을 보여주는 동시에 현대 미국 정치의 분수령이 됐다"고 전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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