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인 미만 영세사업장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31일 일몰
상임위 법안소위 안건으로조차 못 올라가...다음 주 마지노선
"일몰 시 주문 거절하거나 범법자 되거나, 사업 포기해야"
#. 인천에서 김치절임류 가공사업을 하는 김치은 대표는 올해 연말,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무겁다. 현재 직원 48명이 절임 김치를 하루 10톤씩 생산하는데,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이달 말로 폐지될 경우 내년에 10명 정도 추가 고용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사람 구하기도 쉽지 않은 데다 외국인 근로자는 숙식비가 추가로 들어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그렇다고 10명 자리를 비워두자니 생산량이 20~30% 감소해 매출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김 대표는 "정말 죽을 맛"이라며 "그렇잖아도 경기 불황으로 매출이 줄어 걱정인데 대안도 없이 일몰되면 정말 큰일이다"고 털어놨다.
31일 일몰을 앞둔 30인 미만 영세기업에 대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두고 국회와 정부를 향한 중소기업계 원성이 커지고 있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 연장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두 건이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하나는 ①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이 10월에 발의한 것으로, 지금처럼 30인 미만 영세기업에 대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2024년까지 2년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②같은 당 이주호 의원이 발의한 또 다른 안은 마찬가지로 일몰 기간을 2년 연장하되, 8시간 추가연장근로 적용 사업장을 현행 30인 미만에서 50인 미만으로 확대하자는 게 핵심이다. 앞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추가연장근로제의 2년 연장을 공언했다.
일몰 17일 남았는데 상임위 법안소위 안건으로도 못 올라가
문제는 두 안 모두 정기국회에서 단 한 번도 논의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법안 심사 첫 단계인 상임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에 안건으로도 올라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내년 예산안이 아직 처리되지 않아 지금은 별도 소위 일정을 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야당 환노위 관계자는 "15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이 처리되면 그 후에야 의사일정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안 개정을 위해선 환노위 법안소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등을 통과해야 한다. 이때 법사위의 경우 5일 숙려 기간이 필요해, 늦어도 다음 주에는 법안소위가 열려야 한다. 환노위 소속 여당 관계자는 "여야 간사가 7일 법안소위에서 임시국회 때 소위가 열리면 추가연장근로제 일몰 연장을 안건으로 올리겠다고 합의했다"며 "빠르면 20일쯤 법안소위가 열리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안건으로 올라가도 여야 합의 미지수... 일몰 시 파장 클 듯
다만 법안소위 안건에 오른다 해도 여야 간 합의 여부는 미지수다. 일몰 연장에 대한 노동계 반발이 워낙 거세다 보니 환노위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이 연장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고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이 노조의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해 사측의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노란봉투법'과 연계해 협상할 여지를 열어두긴 했지만, 여당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만에 하나 이대로 일몰이 될 경우, 추가연장근로제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들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앞서 중소기업중앙회가 10월 공개한 '추가연장근로제 활용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91%는 추가연장근로제에 의존하고 있다고 했고, 75.5%는 '일몰시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답했다. 일몰시 예상되는 문제로는 '일감을 소화 못해 영업이익 감소(66.0%·복수응답)'가 가장 많았고, '연장수당 감소로 기존 근로자 이탈, 인력부족 심화(64.2%)', '납기일 미준수로 거래 단절 및 손해배상(47.2%)' 등이 뒤를 이었다.
양옥석 중기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추가연장근로제 일몰 시 사업주들은 주문이 들어와도 거절하거나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추가 근로를 해 범법자가 되거나 사업을 포기하는 등 세 가지 선택지가 남는다"며 "특히 연장근로가 많은 뿌리산업, 수출기업 등이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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