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법상 직권남용, 공용전자기록 손상 혐의
피격 직후 첩보 보고서 삭제 지시한 혐의 부인
박지원 "국정원 정치의 장에 끌어들이지 말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첩보 삭제 지시 의혹을 받는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14일 검찰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이날 박 전 원장을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혐의 관련 피고발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박 전 원장은 취재진에게 "개혁된 국정원을 더 이상 정치의 장으로 끌어들이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저는 국정원을 개혁하려고 갔지, 삭제하려고 가지 않았다"고 운을 뗐다.
박 전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나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어떤 삭제 지시도 받지 않았고, 원장으로서 국정원 직원들에게 삭제하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보를 수집·분석해 대통령에 보고하고 정책부서인 국가안보실이나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등을 지원하는 게 국정원 본연의 업무"라며 "국정원은 정책결정부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국정원은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격된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 직원들이 생산한 감청 관련 보고서를 무단 삭제한 혐의로 박 전 원장을 올해 7월 검찰에 고발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박 전 원장이 이대준씨 피격 직후 열린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뒤 국정원 첩보 보고서 등 46건이 삭제됐다.
검찰은 이미 서훈 전 실장을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9일 구속기소했다. 이대준씨 사망을 은폐하기 위해 '보안 유지' 지침을 하달하고, 수색 및 자진 월북 가능성에 대한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도록 지시한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첩보 삭제 지시 혐의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 중이다. 검찰은 전날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노 전 실장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첩보를 공유하고 자진 월북 가능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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