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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핵융합 실험 성공… 무한청정 ‘꿈의 에너지’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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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핵융합 실험 성공… 무한청정 ‘꿈의 에너지’ 성큼

입력
2022.12.13 18:04
수정
2022.12.13 18:2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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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런스 리버모어 연구소, 순 에너지 단계 도달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꿈의 에너지'라 불리는 핵융합 발전 연구에서 미국이 무한 청정에너지 생산을 위한 획기적인 성과를 얻어냈다. 투입된 에너지보다 생산된 에너지가 더 많은 순 에너지(net energy gain) 단계에 도달, 핵융합발전의 상용화 가능성을 한층 더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13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 산하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는 최근 실시한 핵융합 실험에서 투입한 에너지보다 19% 많은 에너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순 에너지를 뽑는 단계에 도달했다는 것은 핵융합으로 전력 생산이 가능한 상태가 됐다는 의미다.

시각물_핵융합 과정

시각물_핵융합 과정



태양의 원리 이용하는 핵융합 기술

핵융합(nuclear fusion)은 원자들이 합쳐져 더 무거운 원자가 되는 반응이다. 예를들어 수소(H) 원자 두 개가 합쳐지면 헬륨(He)으로 변해 질량이 줄어들면서 에너지를 외부로 방출한다. 이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이 핵융합 발전이다.

지구상 모든 에너지의 근원이 되는 태양이 에너지를 생성하는 방식이 바로 핵융합이다. 태양은 수소를 중수소(수소보다 중성자가 하나 더 있는 수소), 삼중수소, 또는 헬륨으로 융합시키며 에너지를 뿜어낸다. 태양 외의 다른 항성(star)들도 핵융합 반응을 통해 빛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우주에서 일어나는 핵융합의 원료는 수소다. 수소는 지금까지 알려진 모든 원소 가운데 제일 가볍고 결합 에너지가 낮아 융합이 쉽다. 태양은 중력과 내부 압력이 높아 1,500만 도에서 수소 핵융합이 가능하다.

태양이 아닌 지구에서 인공적으로 핵융합을 일으키려면 엄청난 고온이 필수적. 최소 1억 도 이상의 온도가 갖춰져야 한다. 높은 온도에서 물질은 고체(얼음), 액체(물), 기체(수증기) 상태를 지나 플라즈마(초고온에서 음전하를 가진 전자와 양전하를 가진 이온으로 분리된 상태)에 도달하는데, 이 상태에서 원자핵, 자유전자가 따로 떠돌아다니며 서로 융합하게 된다.

'무한동력'에 다가가기 위해선 '점화' 단계에 도달할 정도의 핵융합이 필요하다. 핵융합 점화는 인간이 인공적으로 일으킨 핵융합이 1억 도 등 조건을 조성해, 자연스럽게 다음 핵융합으로 옮겨붙는 현상이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KFE)의 한 연구원은 "모닥불이 옮겨붙는 원리와 같다"고 설명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로런스 리버모어 연구소에서 연구자들이 레이저 핵융합 연구 장치인 국립점화시설(NIF) 내부를 점검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NIF를 이용한 핵융합 실험에서 순 에너지를 생산하는 작업에 성공, 핵융합발전의 현실화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리버모어(캘리포니아)=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의 로런스 리버모어 연구소에서 연구자들이 레이저 핵융합 연구 장치인 국립점화시설(NIF) 내부를 점검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NIF를 이용한 핵융합 실험에서 순 에너지를 생산하는 작업에 성공, 핵융합발전의 현실화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리버모어(캘리포니아)=로이터 연합뉴스



다양한 장점을 가진 꿈의 에너지

원자력 발전에 활용되는 핵분열(nuclear fission)과 정반대의 반응을 활용하는 핵융합은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꿈의 에너지'다. 핵분열은 가장 무거운 우라늄 원소를 중성자에 충돌시켜 다른 두 개의 원소로 만들면서 에너지를 생산한다. 핵분열에서 에너지와 함께 생산된 중성자는 다른 우라늄과 무거운 원소들을 자기 마음대로 깨뜨리며 도미노처럼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그래서 원전 기술의 핵심은 이 연쇄반응을 제어하는 것.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와 같이 자연재해로 제어가 불가능한 상황이 오면 폭발 등 사고로 이어진다.

하지만 핵융합은 1억 도 이상의 온도 등 특수 환경에서만 일어난다. 핵융합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핵융합 점화'에 도달하려면 인간의 제어가 필요하다. 오히려 지진 등 인간의 제어가 불가능한 상황에선 알아서 반응을 멈춘다. 이 밖에도 핵융합은 핵분열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고, 원료도 얻기 쉬우며, 핵폐기물이나 탄소 발생이 거의 없는 장점을 가진다.



상용화까진 최소 10년 이상

그동안 핵융합 연구는 1억 도 이상의 온도와 일정 수준의 압력을 지속적으로 갖추는 데 집중됐다. 연구소마다 방법은 다르지만, 목적지는 같았다. 이번에 로런스 리버모어 연구소가 사용한 것은 관성 봉입 핵융합(inertial confinement fusion) 방식이다. 높은 밀도로 압축된 중수소와 삼중수소로 연료 캡슐을 만들고, 192개의 강력한 자외선 레이저빔을 동시(10억 분의 1초)에 쏴 에너지를 가하는 방식이다.

인류가 핵융합을 통해 순 에너지를 인공적으로 생산한 건 로런스 리버모어 연구소가 처음이다. 레이저 방식 핵융합을 연구하고 있는 방우석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는 "핵융합 점화라는 기술적 단계에 처음 도달했다는 게 과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라며 "엔지니어링이나 비용의 문제를 해결하고 상용화하는 데까지는 최소 10년 이상의 연구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상용화까지는 아직 많은 장애물이 남아 있다. 레이저 방식은 설계상 방출 에너지양이 적다. 외신에서는 이번에 생성된 에너지가 '주전자 10개' 분량의 물을 끓일 수 있는 낮은 수준의 열량이라고 평가했다. 발전소를 돌릴 만한 거대한 열량을 얻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또한 레이저 방식은 단발성이어서, 레이저를 더 자주 쏠 수 있는 기술 개발도 필요하다. 핵융합 연료와 레이저의 비용이 지나치게 높은 것도 걸림돌이다.



한국도 적극적으로 핵융합 연구 중

미국과 달리 한국 등이 연구하고 있는 핵융합은 자기장으로 초고온 환경을 만드는 토카막(tokamak) 방식이다. 한국형 핵융합 연구시설인 한국형초전도핵융합장치(KSTAR)는 물론, 한국 등 세계 각국이 참여한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도 자기장 방식이다.

투입 에너지보다 생성 에너지가 높은 '핵융합 점화' 단계에 공식적으로 도달하진 못했지만, "관성 방식보다 뒤처졌다"고 평가하긴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우선 자기장 방식은 '핵융합 점화'가 지속적으로 일어날 만큼의 거대한 에너지 방출이 목표다. 예를 들어 자기장 방식을 활용한 유럽 공동핵융합실험장치 JET가 생산한 에너지는 59메가줄(MJ)이었다. 이번에 미국이 성공한 에너지량 2.5MJ의 20배가 넘는다.

거대한 에너지 방출이 오랫동안 일어나면 '핵융합 점화'에 도달한다고 보기 때문에 '오랜 시간 1억 도 이상의 환경을 유지시키는 것'이 선행 과제다. 한국의 KSTAR는 30초 동안 1억 도 이상을 유지하며 세계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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