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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굶길 순 없다"...중국·러시아에도 'SOS' 친 필리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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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굶길 순 없다"...중국·러시아에도 'SOS' 친 필리핀

입력
2022.12.1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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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 이후 밀수 급증으로 시장 붕괴
상원 의회, 특별 단속·밀수금지법 시행 요구
마르코스, 위기 극복 위해 중·러에 도움 요청

지난 13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케손시티의 한 공장에서 현지인이 수입 양파를 다듬고 있다. 필리핀스타 캡처

지난 13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케손시티의 한 공장에서 현지인이 수입 양파를 다듬고 있다. 필리핀스타 캡처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쌀 수입국인 필리핀의 식량 안보 위기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가뜩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식량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정상 시장가격을 파괴하는 식량 밀수가 도처에서 이어지고 있다.

높은 식량 가격에 시민들이 고통받자 필리핀은 주저 없이 중국과 러시아 등에 손을 벌렸다. 당장 국제사회에서 욕을 먹을 순 있어도 국가 운영의 근간인 식량 안보만큼은 지켜내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크리스마스 밀수 단속 최대치로 강화하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 위치한 세관국의 모습. 필리핀스타 캡처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 위치한 세관국의 모습. 필리핀스타 캡처

7,000여 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은 지리적 특성상 식량 자급자족이 어려운 나라다. 그럼에도 필리핀은 그동안 정부의 보조금과 낮은 식량 가격으로 큰 문제없이 끼니를 해결해 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정부가 적절히 식량 수급을 못 하는 사이, 높은 가격으로 밀수된 쌀 등 주식이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형적으로 변한 식량 시장은 빈민들을 굶주림으로 내몰았다.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필리핀 국회와 정부는 황급히 대응에 나섰다. 13일 필리핀스타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상원 의회는 전날 세관국과 법무부에 "소비자의 수요가 늘어나는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농산물을 밀수하는 업자들에 대한 단속을 최대치로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상원은 이어 "현재 필리핀은 쌀과 양파·냉동육 제품의 밀수가 넘쳐나고 있다"며 "정부는 7년 전 제정된 뒤 사문화된 농업밀수금지법을 전면 시행하는 방안 역시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리핀은 실제로 최근 다수의 밀수 사건을 적발한 바 있다. 세관국은 이달 초 마닐라항에서 3억5,000만 페소(81억7,600만 원)어치의 농산물 밀매 현장을 급습했다. 당시 현장에서 체포된 33개 업체와 11명의 세관브로커들은 형사 고소당한 상태다. 지난 8월에도 관세청은 칼로오칸시에서 밀수 설탕 6만6,000포대와 쌀 1만3,000포대를 압수하기도 했다.

다급한 마르코스, 중·러에 'SOS' 보내며 돌파 의지

필리핀 마닐라항에 쌓인 수입쌀의 모습. 필리핀스타 캡처

필리핀 마닐라항에 쌓인 수입쌀의 모습. 필리핀스타 캡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도 식량 안보 위기 극복을 1순위 국정과제로 지정하고 극복에 안간힘이다. 현재 농림부 장관까지 겸직하고 있는 그는 지난 7월 취임 첫 국정연설에서 "쌀과 옥수수 등 식량 생산을 늘리기 위해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며 "농가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각종 부채 상환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마르코스 대통령의 의지는 말로 그치지 않았다. 지난 9월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우리의 정치적 곤란보다 국익이 우선"이라며 러시아산 농산물 수입을 위한 협의를 진행키로 했다. 취임 이후 친(親)미국 외교정책을 펼치는 그지만, 미국 눈치를 보다 자국민을 굶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달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첨예한 갈등을 이어가고 있는 중국에도 비료 15만 톤(t) 수입을 요청했다. 이어 인도네시아·아랍에미리트(UAE)·말레이시아 등에서도 비료를 구해 자국 농부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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