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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토할 듯 기침해도 진료 못 봐... 중국 위드코로나, 일주일 만에 '의료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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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토할 듯 기침해도 진료 못 봐... 중국 위드코로나, 일주일 만에 '의료 대란'

입력
2022.12.13 19:5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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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전향 시작한 중국
확진자 폭증하는데 의료시스템·통계 붕괴 갈림길

14일 중국 베이징 서쪽 외곽에 위치한 스징산병원에 설치된 '발열 문진소' 앞에서 발열 환자들이 문진소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베이징=조영빈 특파원

14일 중국 베이징 서쪽 외곽에 위치한 스징산병원에 설치된 '발열 문진소' 앞에서 발열 환자들이 문진소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베이징=조영빈 특파원

#. 14일 오후 중국 베이징 서쪽 외곽 스징산구의 종합병원인 스징산병원. 이달 초 코로나19 치료 거점 병원으로 지정됐다. 체감 기온 영하 13도의 강추위와 몰아치는 칼바람 속에서 20여 명의 발열 환자들이 야외 '발열 문진소' 앞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고열로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한 환자가 문진소 안에 대고 "대체 언제 들여보내 주느냐"고 물었다. 의료진은 "자리가 없으니 기다려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1시간가량 줄을 섰다는 이 환자는 쉴 새 없이 기침을 토했지만, 무작정 기다리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 베이징 중심부인 차오양구의 대형 종합병원인 베이징대학 제3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병원 진입로는 대형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기자와 함께 택시에 갇혀 있던 기사는 "환자가 급증해 며칠 전부터 항상 막힌다"고 했다. 그는 "중국인 10명 중 6명이 '감기'에 걸리지 않았느냐"고 말하며 실소했다. 최근 방역을 급작스레 완화한 중국 정부가 "오미크론 변이는 독감에 불과하다"면서 코로나19 확산 후폭풍을 틀어막는 것을 비꼰 것이다.

병원 내부도 혼란스러웠다. 문진 접수처마다 긴 줄이 이어져 있었다. 대기실은 진료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만원이었고, 기다림과 고열 증상에 지친 듯 벽에 기대 쪽잠을 자는 사람도 많았다. 병원에서 만난 한 교민은 "제로 코로나 시절엔 유전자증폭(PCR) 검사소에서 줄을 서야 했는데, 지금은 병원에서 줄을 서야 하는 신세"라면서 혀를 찼다.


"어제까진 PCR검사 줄 서고...이젠 병원 줄 서는 신세"


14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에 위치한 베이징대학 제3병원 앞 도로. 중국 내 발열 환자들이 최근 급증, 병원에 들어가려는 차량들로 도로가 꽉 막혀 있다. 베이징=조영빈 특파원

14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에 위치한 베이징대학 제3병원 앞 도로. 중국 내 발열 환자들이 최근 급증, 병원에 들어가려는 차량들로 도로가 꽉 막혀 있다. 베이징=조영빈 특파원

지난 7일부터 사실상 '위드 코로나'의 길로 들어선 중국이 불과 일주일 만에 의료시스템 붕괴의 갈림길에 놓였다. 치밀한 준비 없이 방역을 푼 탓에 확진자가 폭증하며 과부하가 걸린 것이다.

베이징 방역 당국에 따르면, 11일 베이징에서 진료를 받은 발열 환자는 2만2,000명으로 일주일 전보다 16배가량 늘었다. 평소 5,000건 수준이었던 120응급 구조 요청은 9일 기준 3만1,000건 이상으로 폭증했다. 관영 매체들은 "코로나19 중증환자가 아니면 구급 센터 이용을 자제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발열자 일주일 새 16배 증가...의료시설은 간당간당


14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에 위치한 베이징대학 제3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다 지친 환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베이징=조영빈 특파원

14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에 위치한 베이징대학 제3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다 지친 환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베이징=조영빈 특파원


문을 닫은 의료 시설도 속출하고 있다. 14일 현지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후베이성 우한시 당국은 이달 초 42개의 발열 문진소를 열었다가 7일 방역 완화 조치 이후 상당수의 업무를 중단시켰다. 의료진의 대거 감염이라는 폭탄도 터졌다. 베이징의 한 병원 관계자는 "병원 직원의 20%가 본인 혹은 가족이 확진돼 근무하지 못하고 있다"며 "감염 확산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확진자 통계의 공신력은 진즉에 무너졌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13일 기준 일일 확진자가 2,315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4만 명에 육박했던 일일 확진자가 방역 완화 이후 오히려 감소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의심을 샀다.

방역 완화했는데 확진자 급감?...통계 공신력 붕괴

중국이 최근 코로나19 방역 수위를 대폭 낮춘 가운데 13일 중국 베이징의 한 약국 매대가 텅 비어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중국이 최근 코로나19 방역 수위를 대폭 낮춘 가운데 13일 중국 베이징의 한 약국 매대가 텅 비어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통계상 확진자가 줄어든 것은 PCR 검사 건수 자체가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PCR 검사 의무를 해제하면서 중국 전역에 설치돼 있던 검사소를 대폭 줄였다. 베이징의 한 직장인은 "코로나19 감염 증상이 있지만, 자체 격리돼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며 "지금 나오는 통계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관영 매체들도 "PCR 검사가 중단된 대도시에서 실제 감염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확진자 통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중국 최대 명절인 다음 달 춘제(중국의 설) 연휴(1월 22~28일)가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대도시 중심의 확산세가 인구 대이동을 타고 각 지역으로 전파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펑즈젠 전 질병예방통제센터 부주임은 최근 방역 포럼에서 "(조만간 발생할) 1차 대확산을 통해 전체 인구의 60%가 감염된 뒤 최종적으로는 90%가 감염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컨설팅업체인 위그램캐피털어드바이저는 "이번 겨울이 지나면 최대 10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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