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금리인상 슈퍼 위크'... 10개국 올릴 듯
내년 미국은 '속도 조절'... 유럽은 공격적 인상 전망
2022년 전 세계는 기준 금리 인상의 가속 페달을 밟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불러온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압력 대응을 위해 미국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끌어올리면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300건에 육박하는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새해에는 국가별로 상황이 급변할 공산이 크다. 미국은 ‘속도 조절’에 방점을 둔 반면, 유럽은 강도 높은 통화 긴축(기준금리 인상)을 이어가며 엇갈린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2022년은 ‘세계 금리 급등의 해’
1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영국, 스위스, 노르웨이, 멕시코, 대만 등 10개국 중앙은행은 이번 주 줄줄이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결정에 나선다.
14일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빅스텝(금리 0.5%포인트 인상)이 유력하다. 이 경우 기준금리는 4.25~4.50%까지 올라간다. 유럽 중앙은행(ECB)과 영국 영란은행(BOE)도 금리를 0.5% 또는 0.75%포인트씩 인상할 전망이다.
올해 1년간 각국은 하루가 멀다 하고 금리를 올렸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를 인용해 “올해 세계에서 275건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번 ‘금리 슈퍼 위크'에 또 한 번의 인상이 더해지면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횟수는 300번에 가까워진다. 영업일을 감안하면 사실상 매일 기준금리가 올랐다는 얘기다.
불은 미국이 당겼다. 미국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6차례 금리를 올렸다. 이 가운데 제로(0) 금리 시대 종언을 알린 3월(0.25%포인트)과 5월(0.5%포인트)을 제외하고는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연초 0.0~0.25% 수준이던 금리는 4%까지 오른 상태다.
각국은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앞다퉈 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최소 50개국의 중앙은행이 한 차례 이상 자이언트스텝에 나섰다. 올 한 해는 말 그대로 ‘금리 급등의 해’였던 셈이다.
◇미국은 속도 조절, 유럽은 '공격' 정책
2023년엔 각국이 다른 길을 걸을 것이라는 게 월가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시각이다. 금융정보제공업체 레피니티브는 “내년 연준의 금리인상 폭은 0.6%포인트에 그치는 반면, ECB는 1.25%포인트, BOE는 1.5%포인트를 각각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1개월간 미국과 ECB가 금리를 각각 3.75%포인트와 2%포인트 올린 점을 감안하면, 미국은 숨 고르기에 들어가지만 유럽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지 않는다는 의미다. 골드만삭스는 4조8,000억 달러(약 6,270조 원)의 자금을 굴리는 뮤추얼펀드와 헤지펀드 등 월가 ‘큰 손’들이 이미 연준의 방향 전환 시나리오를 전제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각국의 ‘마이웨이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건 인플레이션과 경제 회복 수준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6월(9.1%) 정점을 찍은 뒤 줄곧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0월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7.7%를 기록, 시장 전망치(7.9%)를 밑돌았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역시 미국 CBS 방송 인터뷰에서 “예상 못한 충격이 없다면 내년 말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낮은 인플레이션을 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언급했다. 물가 급등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한 만큼 금리인상 질주에 나섰던 연준도 다소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에 반해 유럽 물가는 여전히 고공 행진 중이다. 유럽과 영국의 10월 CPI는 각각 10.6%, 11.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달 유로존 실업률도 역대 최저치인 6.5%까지 떨어졌다. WSJ는 “유럽 경제는 러시아발 에너지 대란으로부터 예상보다 좋은 회복성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ECB가 물가를 잡기 위해 공격적 통화 정책에 나설 여력이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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