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 강사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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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룹핑(집단 분류)은 주제마다 달라집니다. 반도체면 이 그룹핑, 디지털이면 저 그룹핑. 특징이 있고 경쟁력 있는 나라들끼리 뭉쳐서 주제마다 그룹핑이 생기는 형태의 무역 질서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외교관으로 명성을 쌓은 뒤 국회의원까지 지낸 김종훈(70)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은 최근 SK그룹 내 온라인 학습 시스템인 '써니(mySUNI)'에서 '족집게 강사'로 변신했다. 그룹 직원들에게 '국제 질서 변화와 우리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세계 경제 패권 구도를 꼼꼼하게 짚어준 것이다.
12일 SK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외교통상부 재직 시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수석대표, 통상교섭본부장를 거치며 외교와 통상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 온 그는 이날 강의를 통해 한국과 SK그룹에 전하는 시사점을 전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김 의장은 강의에서 "최근 2, 3년 사이 지구촌의 더욱더 큰 성장을 위해 우리가 조금 더 무역의 자유화를 해 보자고 하는 세계 지도자를 본 적이 없다"며 미국을 포함한 지도자들은 오히려 '아메리카 퍼스트' 등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의장은 이처럼 국제 질서가 뒤바뀐 오늘날을 '대전환의 시대'로 정의하고,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자유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대결, 다자주의의 후퇴 등 양상이 벌어지는 가운데 각국이 기술우위 경쟁에 힘을 쏟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밸류체인(가치사슬)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움직임(디커플링)에 따른 비용 상승에도 대비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김 의장은 "중국이 세계의 공장 노릇을 하면서 많은 상품을 저렴하게 공급한 건 사실이고 어떤 사람들은 중국 제품 없이는 일상생활이 안 된다는 말까지도 한다"며 "(국제 사회가) 그런 중국과의 관계를 잘라내기 시작하면 어떤 형태로든 원가가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21세기 한국의 길'로 ①지식기반의 창의성, ②성숙한 자유민주주의, ③국내외에서의 공정한 경쟁과 협력을 꼽았다. 그러면서 19세기 말부터 벌어진 강대국의 패권 싸움으로 여러 식민지가 생긴 과정을 상기시키며 "국제 동향과 정세를 잘 관찰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강의는 김 의장이 직접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최근의 국제 정세와 관련한 생각을 구성원들과 나누고 싶다"고 제안하며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권영수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사무국장은 "(이번 강의를 계기로) 이사진의 식견을 구성원들과 나누는 기회를 적극 찾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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