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가 세르비아계 전직 경찰 체포하자
주민들 거리로... '자동차 번호판 갈등' 여파
EU "평온 찾아야" 촉구... 중재 나설 가능성
유럽 남부 발칸 반도의 오랜 앙숙인 코소보와 세르비아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코소보 경찰이 세르비아계 전직 경찰을 체포한 것에 반발한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연일 분노의 시위를 열고 있다. 수류탄이 날아다니고 총격전이 발생할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하다.
코소보 북부 지역 미트로비차를 중심으로 한 세르비아계 주민들의 시위가 10일(현지시간)부터 이어지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 등이 12일 보도했다. 이 지역은 코소보 땅이지만, 세르비아계 주민이 5만 명에 이른다.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2008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코소보를 자신들의 정부로 인정하지 않는다. 코소보를 독립국가로 보지 않는 세르비아 정부와 입장이 같다.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트럭, 농기구 등을 이용해 도로를 봉쇄했다. 시위대와 코소보 경찰이 대치하며 곳곳에서 총성과 폭발음이 들렸다. EU가 현장 관리를 위해 투입한 'EU 법치사절단(EULEX)'을 향해 시위대가 수류탄을 던지기도 했다. EULEX는 "경찰을 향한 공격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위대가 도로를 차단한 건, 코소보 경찰을 공격한 혐의로 체포된 세르비아계 전직 경찰 A씨가 코소보 수도 프리슈티나로 이송되지 않도록 막기 위해서다. A씨는 코소보 정부가 지난달 "세르비아 정부가 발급한 자동차 번호판을 코소보 번호판으로 교체하라"고 요구하자 이에 항의하며 집단 사퇴한 공직자 중 한 명이다. EU 중재로 자동차 번호판 갈등은 봉합된 듯했으나, 파생된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코소보 정부가 이달 18일 치를 예정이었던 지방선거를 둘러싼 갈등도 시위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달 집단 사퇴로 지방자치단체장 4석이 비었는데,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보궐선거 보이콧을 선언했다. 불안한 정국 속에서 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 판단한 코소보 정부는 선거를 내년 4월로 잠정 연기했다.
세르비아 "우리 군대 코소보에 파병할 수도"
코소보와 세르비아 정부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우리 병사 1,000명을 코소보 북부 지역에 투입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시위 중에 체포된 세르비아계 주민 전원의 석방도 요구했다. 반면 알빈 쿠르티 코소보 총리는 시위대를 "범죄 조직"으로 규정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시위대 해산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세르비아 정부가 코소보의 정정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제사회는 또다시 불거진 민족 갈등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봉쇄를 즉각 풀고 평온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U가 곧 중재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많다. 세르비아∙코소보 주재 미국 대사관도 "도발 행위를 중단할 것을 모두에게 촉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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