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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랑 놀겠다고?"...이란, 옛 친구 중국 변심에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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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랑 놀겠다고?"...이란, 옛 친구 중국 변심에 불편

입력
2022.12.12 17: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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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중국-걸프그룹 공동성명에 "강력 항의"
중-사우디 신밀월 개막에 중동 외교 질서 흔들

사우디를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리야드의 알 야마마궁에 도착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리야드=AP 뉴시스

사우디를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리야드의 알 야마마궁에 도착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리야드=AP 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의 앙숙인 이란이 중국과 사우디의 밀착에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미국 견제'라는 공통의 목표로 이란과 우호적인 관계인 중국이 사우디와 급속도로 가까워지자 외교적 고립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사우디와 동맹인 미국도 중국과 사우디의 근접을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중-사우디 신밀월 시대' 개막에 중동 외교 질서가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진핑, GCC 손들어 주자 이란 "강력 항의" 발끈

11일(현지시간) 중동권 매체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이란 외교부는 전날 창화 주(駐)이란 중국대사를 외교부로 소환해, 최근 중국과 걸프협력이사회(GCC) 간 정상회담에 항의했다.

GCC는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만 6개 산유국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결성한 기구로 사실상 수니파 이슬람 국가의 모임이기도 하다. 자연스레 시아파 맹주인 이란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중국과 GCC가 만나 논의한 내용도 이란의 심기를 건드렸다. 양측이 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호르무즈해협의 3개 섬에 대한 분쟁을 이란과 UAE 간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이 섬은 이란이 실효 지배 중인데, 중국이 이란의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UAE의 편을 들어준 셈이다.

공동성명에는 "이란 핵 문제와 테러·무장 조직에 대한 지지를 저지하고, 탄도미사일과 무인기 확산을 억제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란의 군사적 위협에 중국과 GCC가 공동으로 대응하자는 뜻이다.

이란은 옛 친구 중국의 변심에 서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란이 이례적으로 중국 대사까지 초치하며 강력 항의한 이유이기도 하다. 해나세르 카나아니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 대사를 불러 이란 영토 주권을 침해한 조항 등이 포함된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이란, '중국-사우디 밀착'에 중동 내 지위 약화 우려

이란은 원래 중국과 함께 공동의 반미(反美) 전선을 구축하며 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과 사우디가 빠르게 가까워지면서 외교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는 압박감을 받고 있다.

실제 중국이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와 밀착하면서, 중국과 중동 내 다른 수니파 국가들과의 관계도 가까워지고 있다. GCC와 정삼회담을 열면서 UAE 등 수니파 국가들의 입장에서 이란 영토 문제와 핵 개발 문제를 논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상황은 사우디의 동맹인 미국도 불편하다. 중국과 사우디의 '신밀월 시대' 개막으로 '미국-사우디', '중국-이란'이라는 중동 외교 질서 근간이 뿌리째 흔들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미국과 사우디는 아직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역시 이란과 관계 파탄을 원하지는 않고 있다.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냉혹한 국제 외교 법칙이 중동에도 엄격히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 후춘화 부총리는 10일부터 나흘간의 일정으로 이란과 UAE 2개국 순방에 나섰다. 시 주석의 사우디행에 이어 곧바로 이란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이란 매체 테헤란타임스는 "이란은 중국과의 관계개선에 강한 의지를 표명해왔다"며 "중국이 진정으로 이란과 GCC 간 균형을 추구한다면 이란의 민감한 부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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