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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낱 사탕발림이었나?"...트럼프 믿었던 발리의 '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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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낱 사탕발림이었나?"...트럼프 믿었던 발리의 '한탄'

입력
2022.12.12 15: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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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발표 7년째 '공회전'… 주민들 일용직 전락
"실패 아니다" 트럼프 항변, 자금 확보 어려움 여전

인도네시아 발리섬에 위치한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장 7번홀의 모습. 공사 중단이 계속돼 홀 근처 부지가 맹지로 변해 있다. 자카르타 포스트 캡처

인도네시아 발리섬에 위치한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장 7번홀의 모습. 공사 중단이 계속돼 홀 근처 부지가 맹지로 변해 있다. 자카르타 포스트 캡처


"트럼프를 미워하면 우리 일자리가 다시 생겨날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인도네시아 발리섬 주민 디타 드위

지난 2015년 9월 인도네시아 발리섬에서 거주하는 디타 드위는 부푼 꿈에 들떴다. 세계적 갑부이자 당시 유력한 미국 대통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가 자신이 캐디로 근무 중인 '니르와나 골프 리조트'를 인수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기존 리조트를 세계 최고급 골프 휴양 시설로 짓겠다고 약속했다. 그가 '꿈의 프로젝트'라 불렀던 이 사업은 107헥타르(㏊)의 대지에 6성급 호텔과 리조트,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클럽'을 2022년까지 완공하는 게 골자였다.

그의 원대한 계획에 인도네시아 부동산기업 MNC그룹도 참여했다. 11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MNC그룹은 인도네시아 내에서 영향력이 막강한 건설사 중 하나다. 이어 '왼손황제'라 불렸던 골프선수 필 미켈슨도 골프장 설계에 참여한다고 했다.

그러나 드위와 함께 트럼프 프로젝트에 고용된 발리섬 주민 수천 명의 부푼 기대는 '일장춘몽'으로 끝나고 말았다. 차일피일 미뤄지는 투자에 직원들은 계속 해고됐고, 이들은 식당 점원·일용직 노동자로 전락했다. 덩그러니 남은 골프장 부지는 흉물로 변했다. 발리섬 가득히 퍼졌던 꿈의 프로젝트에 대한 희망은 이제 불신과 절망으로 완전히 치환됐다.

트럼프가 일으킨 미중갈등, 프로젝트 실패 원인?

2015년 8월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미국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MNC그룹의 하리 타노소이디브조(가운데) 회장과 발리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SCMP 캡처

2015년 8월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미국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MNC그룹의 하리 타노소이디브조(가운데) 회장과 발리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SCMP 캡처

12일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트럼프와 MNC그룹은 "재정적 문제가 있을 뿐, 프로젝트 자체가 실패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이들은 6성급이 아닌 4~5성급 호텔·리조트와 골프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착공 및 완공 일자에 대해선 여전히 명확한 답변은 하지 못하고 있다.

현지 건설업계에선 '다운 그레이드'된 계획 역시 성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프로젝트 주체인 트럼프 측이 자금 조달에 적극 나서지 않자, MNC 역시 투자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어서다. 남은 돈줄은 중국 자본뿐인데, 중국 투자가들의 프로젝트 참여 가능성도 희박하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사람이 미국 대통령 재임 시 중국을 압박한 '트럼프'이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금속공업 등은 발리 프로젝트 발표 1년 뒤에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자 MNC그룹 측과 진행하던 투자 참여 논의를 중단한 바 있다. 동남아 건설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놓고 중국을 압박하고 나서자 중국 자본이 그와 관련된 모든 글로벌 사업에서 철수했다"며 "미중 갈등을 일으킨 장본인이 진행하는 발리 프로젝트에 앞으로도 중국 돈이 들어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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